믿음 0에서 시작한 롯데 김진욱의 기회 잡기…이제, 드디어 문은 열렸다

김하진 기자 2024. 5. 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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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사직 삼성전에서 선발 등판한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좌완 김진욱(22)이 닫혀 있던 사령탑의 마음을 드디어 열었다.

김진욱은 지난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올시즌 첫 등판해 4.1이닝 5안타 1볼넷 5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3회 선두타자 오재일까지 7명의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운 김진욱은 1사 후 강민호에게 첫 안타를 맞았다. 이어 구자욱에게도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3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실점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4회까지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김진욱은 5회 갑자기 흔들렸다. 이재현, 오재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의 위기에 처했다. 김현준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으나 구자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결국 마운드는 한현희로 바뀌었다. 한현희가 김진욱이 남겨둔 주자 강민호를 들여보내 책임질 점수는 3점으로 늘어났다.

4회까지만보면 완벽했지만 5회 흔들리며 실점한 건 감점 요인이었다. 이날 김진욱의 투구수는 67개였다. 최고 146㎞의 직구(33개)와 커브(17개), 슬라이더(12개), 포크(5개)를 섞어 던졌다.

최근 시험대에 올랐던 5선발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앞선 모습을 보였다. 앞서 홍민기, 이민석 등이 테스트를 받았다. 홍민기는 12일 LG전에서 2.2이닝 2실점했고 이민석은 19일 두산전에서 3.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김진욱은 사령탑이 꺼낸 가장 마지막 카드였다. 김진욱은 올시즌을 앞두고 주형광 투수코치가 가장 살리고 싶어한 투수 중 하나였다. 2021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김진욱은 팀이 풀어내야할 과제 중 하나였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선발 후보에 올려뒀다. 한현희와 함께 5선발 후보였다.

25일 사직 삼성전에서 강판되는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욱 스스로도 비시즌 동안 일본 돗토리현의 월드 윙 트레이닝센터를 방문해 몸을 만들면서 노력을 했다. “생각이 많다”라는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스프링캠프 동안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김진욱은 흔들리는 제구력 문제로 신임을 얻지 못했다. 시범경기 2경기에 나와서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결국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 내려가서도 한동안 제구를 잡지 못했고 김태형 감독은 “지금 기다려보고는 있는데 중간 계투로 쓰기도 쉽지 않다. 제구가 안 좋아서 볼을 자꾸 던지게 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 속에 대한 믿음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진욱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5월부터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투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다. 5월9일 KT전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14일 NC전과 19일 한화전에서는 2경기 연속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경기 모두 사사구가 없었다. 한화전에서는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를 받았다. 2022년 7월26일 두산전 이후 거의 2년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당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2안타 3볼넷 5실점했다. 그 때 상대 팀에서 김진욱을 바라봤던 김태형 감독이 이제는 롯데 사령탑으로 그의 투구를 봤다.

일단 1차 테스트는 합격점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김진욱이 선발 투수로서 너무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다음날에도 “잘 던졌다. 2군에서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승리 놓친게 아쉽지만 그래도 자기 공을 잘 던졌다”고 했다.

‘자기 공’을 던진 부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그렇게 던져야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0며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와야 승부가 되지 않나. 변화구, 직구로 카운트를 잘 잡았다”고 했다.

김진욱은 1군 엔트리에 남았다. 김 감독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볼 것”이라고 했다. 로테이션대로라면 김진욱은 31일 사직 NC전에서 두번째 기회를 받는다. 또 다른 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제, 드디어 문은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가는 건 김진욱이 해야할 몫이다.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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