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영입→80% 매진'에도 8위, 감독에 사장까지 사퇴... 한화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

안호근 기자 2024. 5.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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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27일 전격 사퇴한 최원호 한화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결국 감독과 대표이사까지 모두 물러났다. 그만큼 한화 이글스의 올 시즌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고 뜨거운 열기만큼 부진에 대한 책임감도 무거웠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오전 7시 15분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27일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경질이 아닌 자진 사퇴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단에 따르면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왔고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해 자진사퇴가 결정됐다. 박찬혁 대표이사 또한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최원호 감독의 부임부터 어딘가 매끄럽지 못했다.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얻던 한화는 체질 개선을 위해 리빌딩을 공언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유망주 육성으로 정평이 나 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2021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앉혔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계약 마지막 해에도 부진이 이어지자 한화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5월 11일 경기 후 돌연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퓨처스 사령탑이던 최원호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당일 경기 승리는 물론이고 5승 1패로 상승세를 이어가려던 터였기에 갑작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다만 구단 측에선 부진했을 때 이미 결정을 내렸던 터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임기를 모두 마치지 못하고 경질된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
그런데 이번에도 공교롭게도 한화가 5승 1패로 상승세를 타던 때 이러한 소식이 전해졌다. 구단은 최 감독이 지난 23일 LG 트윈스전 패배한 이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화가 최하위로 떨어졌던 날이다.

다만 26일 우천취소 된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도 최근 상승세에 대한 질문에 "노시환, 안치홍, 채은성 등 중심 선수들의 타격감이 올라와 득점력이 높아진 부분이 제일 크다. 또 불펜 투수들이 최근 타이트한 승부처에서 잘 막아줬다"며 "오늘 페니아 선수는 구위가 조금 좋아졌다. 오늘은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평소와 다름없는 인터뷰를 했기에 더욱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사퇴 소식이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 컸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감독을 맡은 뒤에 8연승도 경험했고 탈꼴찌에 성공하며 시즌을 마쳤다. 더구나 문동주는 신인왕을, 노시환은 홈런과 타점 2관왕을 차지했고 문현빈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도 확연히 나타났던 감독 첫 시즌으로 올 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류현진의 복귀가 구단의 기조에도 크나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다. 외야수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로,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포수 이재원을 데려왔지만 이 자체만으로 한화를 가을야구 후보로 꼽는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지난 2월 류현진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복귀를 선언하며 한화와 계약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거둔 투수에 문동주,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 등이 이룰 선발진으로 인해 많은 사령탑들이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화를 5강 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2월 류현진(오른쪽) 영입 성사 후 기념촬영을 찍었던 박찬혁 대표이사. /사진=한화 이글스
시즌 전 출정식에서 '리빌딩 이즈 오버'라는 문구를 띄우며 올 시즌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던 한화.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도 개막 전 출정식에서 '리빌딩 이즈 오버'라는 문구를 띄우며 올 시즌엔 확실히 성적을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단독 1위로 올라설 만큼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류현진의 선발승이 없음에도 한화 선발진은 릴레이 호투를 펼쳤고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비롯해 타선 전반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시즌 전 기대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선 류현진의 적응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시즌 전 최 감독으로부터 "가장 공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던 김민우는 3경기만 던지고 부상으로 이탈했다. 산체스도 부상을 당해 회복 중이고 페냐는 지난 2년과 달리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선에서도 페라자를 제외하면 기대했던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타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노시환을 비롯해 FA 이적생 안치홍, 주장 채은성, 지난해 급성장한 문현빈 등이 하나 같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운영상의 아쉬움도 빼놓을 수는 없다. 단순히 성적 부진만으로 팬들 사이에서 퇴진 요구 움직임이 일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선수단 구성과 그들의 예상 활약이 시즌 전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최원호 감독 체제 유지에 대한 충분한 명분도 있었으나 결국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팬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 수없이 하위권에서 전전하면서도 묵묵히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두고 '보살'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지만 이번엔 초반 7연승을 달리는 등 반등 희망이 뚜렷했고 그만큼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부진에 빠져 있는 한화 주장 채은성.
문동주도 부진한 시즌 초중반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진이 길어지며 그 열기가 사그라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5일까지 치른 홈 22경기 중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매진을 이룰 만큼 엄청난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16일부터 이어진 홈 4경기는 모두 매진에 실패했다. 팬들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감독 교체가 한화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심 어린 시선도 따른다. 그간 한화는 감독 경질과 선임을 반복하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이라고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특히나 감독에겐 비시즌 기간부터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2017년 5월 김성근, 2020년 6월 한용덕, 2023년 5월 수베로 감독에 이어 최원호 감독까지 시즌 도중 사임했다. 특히나 이번 새 감독은 시즌 도중 급하게 자리에 앉아 팀 파악을 하는 동시에 어느 때보다 큰 성적에 대한 부담까지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이런 점으로 인해 차기 사령탑 후보군들이 10개 구단 어떤 팀보다 '파리 목숨'인 한화 감독직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류현진, 안치홍을 비롯해 문동주, 노시환, 채은성 등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당장 올 시즌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낼 경우 수베로, 최원호 전임 감독처럼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물론 야구인들 사이에 국내에서 단 10명에 불과한 프로야구 사령탑 자리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성적에 급급해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팀에 덧입히기에 마음의 여유가 뒤따르지 않을 수 있는 것 또한 프로야구 감독, 특히 한화 사령탑의 특수성이다. '독이 든 성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고의 감독을 데려와야 하는 구단이다.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화 이글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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