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이 뭐기에 요즘도 그렇게 법석? 뉴요커 뒤집었던 '베이글 게이트' [스프]
뉴욕의 아침과 함께 시작하는 음식은? 단연 베이글(Bagel)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베이글의 고향은 이곳 뉴욕이다. 미국에서 아침 식사는 달걀 요리, 머핀, 오믈렛 등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뉴욕의 아침을 책임지는 것은 단연 베이글이다. 길에서 커다란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어가는 뉴요커를 보는 건 일상적이다.
2021년 레스토랑 기고가 테잘 라오(Tejal Rao)는 뉴욕타임스에 '최고의 베이글은 캘리포니아에 있다(미안해 뉴욕)'(The Best Bagels are in California(Sorry, New York))이라는 기사를 썼다. 맨해튼에 거주했던 이가 캘리포니아 베이글을 최고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뉴욕 베이글 전문가들은 곧장 분노를 표출했다.
"캘리포니아가 베이글로 맞붙길 원한다면 난 준비되어 있다!" - 스콧 로실로, 브루클린 베이글 스토어 오너
'뉴욕 베이글 맛에는 뉴욕의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반유대인 법(Antisemitic laws)' 제정으로 많은 아슈케나짐(Ashkenazi Jews)이 미국으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 25만 명의 유대인들이 미 동부 지역으로 이주해 정착하기 시작했고, 또한 이 시기 동유럽 유대인 이민자들도 미국으로 오면서 미국 내 유대인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현재 뉴욕시의 인구는 9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유대인 수는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많다. 과거부터 먹던 베이글이 현재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처럼 유대인이 많이 거주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제약 때문에 '코셔(Kosher)'로 만든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이 코셔 음식은 대단히 복잡한 교리를 따르고 있는데, 식재료가 제한되고 조리 공간도 코셔 인증을 받아야 하며, 코셔 인스펙터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물과 밀가루, 소금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만이 들어가는 베이글은 유대인들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바쁜 아침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면서 베이글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기 뉴욕에는 베이글 전문가들의 조합인 '베이글 베이커 로컬 338(Bagel Baker Local 338)'이 결성되었다. 전 세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 중 실력 있던 베이커들이 이 조합에 가입하였고, 반죽과 발효, 레시피 개발과 같은 연구를 하였다. 이들은 '베이글은 꼭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Handcraft)'고 주장했는데, 기계로 만든 베이글과 손으로 만든 베이글은 확연히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역겹고 기괴하다" 비판받았던 '베이글 게이트'
베이글은 물과 밀가루, 소금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며 반죽 후 도넛과 같이 가운데 동그란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반죽을 물에서 익힌 뒤 오븐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겉면은 매끄럽지만 속은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만든 베이글의 맛은 담백하지만, 미국인들 입맛에는 조금은 심심했다. 베이글이 동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은 베이글의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버터를 듬뿍 바르기도 했고,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기도 했다. 크림치즈 또한 플레인 맛에서 다양한 맛으로 변화되었고, 현재는 딸기, 초콜릿, 어니언 등 다양한 맛의 크림치즈를 곁들인다. 여기에 든든한 한 끼를 위해 달걀이나 훈제 연어를 넣어 주는 곳들도 생겨났다. 간단한 베이글에서 풍성한 아침 식사로 변화한 것이다.
2018년 뉴욕에서는 '베이글 게이트(Bagel gate)'로 불리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유명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인 배우 신시아 닉슨은 뉴욕 주지사에 도전했다. 신시아 닉슨은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유태인계 슈퍼마켓인 제이바(Zabar's)에서 시나몬 레이즌 베이글에 훈제 연어, 크림치즈, 케이퍼, 적양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하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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