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에서 QR 찍고 챗봇으로 궁금증 해결[파리 테크스타트업은 지금]
해리포터처럼 그림과 대화하는 세상 열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10구에 위치한 미술관 챗봇 스타트업 아스크 모나(ASK MONA) 본사에서 만난 마리온 카흐 CEO는 이같이 말했다.
본인 스스로를 미술관 애호가라고 소개했던 카흐 CEO는 7년전에 이 회사를 설립했다. 미술 작품 감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작품 감상 경험을 알려주기 위해 이같은 서비스 개발에 착안했다.
아스크 모나는 미술과 테크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프랑스가 미술관, 박물관 애호가들의 성지임을 감안하면 이 회사는 가장 ‘프랑스’적인 스타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 아스크 모나는 그 이름부터 직관적이다. ‘모나’는 ‘모나리자’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모나리자에게 물어보자’라는 뜻이다. 미술관 방문객들은 지금까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주로 도슨트의 해설 또는 사전 녹음된 오디오 해설을 들었는데, 이제는 챗봇을 통해 능동적으로 그림 또는 조각상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화(personalized)’된 대화를 나누자는 비즈니스 구상이 사명에 드러나 있다.
카흐 CEO는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것이 아닌, 관람자가 직접 텍스트 또는 음성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관람자가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배경, 창작 배경, 미술 사조, 작품 모티브 등 다양한 질문이 가능하다. 반드시 질문일 필요도 없다. 카흐CEO는 “그림을 보면서 ‘슬프다. 신기하다’ 혹은 ‘화폭에서 강한 명암 대조가 느껴진다’ 등의 간단한 감상만 입력해도 챗봇은 그에 대한 반응과 대답을 생성해 대화를 이어간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점에 애스크 모나 챗봇만의 장점을 묻자 카흐 CEO는 정확도를 꼽았다. 챗GPT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학습데이터로 삼는데, 그만큼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생성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빈번하다.
카흐 CEO는 “챗 GPT에게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진군했을 때 무엇을 타고 이동했냐’라고 묻자 ‘에어버스를 타고 갔다’라고 답했다“면서 “나폴레옹이 프랑스인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황당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스크 모나의 챗봇은 미술관 정보제공에 특화된 서비스다. 학습 데이터의 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학습 데이터 자체는 높은 품질의 콘텐츠로 한정한다. 현재 애스크 모나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주로 학계에서 검증된 내용들을 토대로 미술관이 제공하는 자료들이다. 카흐 CEO는 “우리는 오히려 오픈 AI의 솔루션을 사용해 아스크 모나 서비스를 개선시키고 있다. 오픈AI와는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라고 말했다.
아스크 모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B2C가 아닌 B2B다. 박물관·미술관들에게 챗봇사용 권한을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시작으로 현재 6개국(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150개 미술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흐 CEO는 “향후 아스크 모나의 챗봇을 교과서 제작 분야에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비록 교육용 AI 시장은 포화상태에 가깝지만 우리의 챗봇 모델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카흐 CEO는 2017년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는 생성형 AI는 사실상 불모지였으며, 아스크 모나는 지금보다 훨씬 후진적인 자연어처리(NLP) 모델로 학습을 시켰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이같은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며 “현재는 미술관·박물관 챗봇 시장을 선도하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에는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게 카흐 CEO의 설명이다. 당시 창업 자금 혹은 고객이 전무했지만 프랑스 문화부는 아스크 모나의 창업 아이디어만을 듣고 창업 자금을 제공했다.
카흐 CEO는 ”프랑스 정부는 수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라며 ”AI 역량을 갖춘 인력도 풍부하다. 프랑스는 스타트업, 특히 AI 관련 스타트업을 하기 더할 나위없이좋은 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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