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06] ‘대한핸드볼협회’와 ‘한국핸드볼연맹’은 왜 두 단체장을 ‘회장’이라 부를까
한국핸드볼연맹은 2023년 핸드볼 H리그를 전담하는 단체로 설립된 대한핸드볼협회 산하 기구이다. 핸드볼 H리그는 대한민국 최상위 핸드볼리그이다. 실업리그 시기의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명칭을 변경했으며, 향후 완전한 프로화를 목표로 하는 '통합리그'이다.
대한핸드볼협회와 한국핸드볼연맹은 두 단체 수장을 회장으로 부른다. 회장이라는 단어는 원래 일본식 한자어이다. ‘모일 회(會)’와 ‘길 장(長)’으로 구성된 회장은 모임을 대표하고 모임의 일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영어 ‘President’를 번역한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회장(會長)’이라는 말은 1898년 고종 35년 9월14일 고종실록에 ‘방문을 붙여 점포를 닫도록 한 조병식 총상회장(總商會長)을 견책하도록 하다’라는 제목의 글에 처음 등장한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들어온 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의 창간일인 1920년 3월5일자 ‘조선일보 창간을 축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정친목회장(大正親睦會長) 민영기(閔永綺)’라고 보도했다. 회장이라는 말이 단체의 중요한 통솔자라는 의미로 일제 강점기 시절 널리 쓰였던 것이다.
‘President’는 원래 어떤 단체 수장을 뜻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선 행정부 최고책임자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대통령(大統領)이라는 한자어로 번역해 많이 쓴다. 국가원수를 가리키는 용어인 대통령은 일본에서 근대화 번역과정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이다. 원래 ‘통령(統領)’이라는 말은 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군대계급과 보직 명칭으로 쓰였다. 1853년 미국 페리 함대에 의해 개항을 단행한 일본은 미국 필모어 대통령 친서 번역본에서 처음으로 큰 나라인 미국을 예우한다며 ‘통령’ 앞에 ‘큰 대(大)’자를 붙여 사용했다고 한다. 중국에선 프레지던트를 ‘총통(總統)’ 또는 ‘국가주석(國家主席)’ 등으로 번역해 쓴다.
‘President’는 회장, 사장, 총장 등 단체 대표자라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기도 한다. 원래 영어 의미가 회의나 의식을 주재하는 의장이라는 뜻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President’는 앞에 앉는다는 의미인 라틴어 ‘Praeside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접두어 ‘Prae’는 앞이라는 ‘Before’라는 의미이며, ‘sidere’는 앉는다는 ‘sit’의 의미이다. (본 코너 749회 ‘왜 세계육상연맹 ‘President’를 '위원장'이 아닌 ‘회장’이라고 말할까‘ 참조)
현재 두 단체를 이끄는 이는 SK 최태원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회장에 취임해 2013년 연임했다. 2014년 물러났다가 2016년 대한핸드볼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전국핸드볼연합회의 통합 회장에 추대됐다. 최태원 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도 SK텔레콤 한정규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았기 때문에 2008년부터 최 회장의 임기인 2024년까지 15년 넘게 국내 핸드볼은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이 계속 맡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SK그룹은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 유소년 육성을 위한 핸드볼발전재단 설립, 핸드볼 저변확대, 핸드볼 아카데미 설립, 남녀 실업팀 창단,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지원 등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핸드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최 회장은 지난 해 H리그를 전담할 자회사인 사단법인 한국핸드볼연맹(KOHA)회장도 맡았다. 최 회장은 한국핸드볼연맹이 프로화가 된 후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핸드볼연맹은 프로화 이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과 같이 최고 책임자에 '총재'라는 이름을 쓸 가능성이 많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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