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KBL FA시장 속에 '대박' 터지긴 했는데…인상률 '100%+' 4명 체면치레, 작년 대비 급감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자유계약(FA) 시장이 마무리 단계다. 26일 현재 거취가 결정된 FA 선수는 총 46명 가운데 32명이다. 28명이 자율협상 기간(7~21일)에 계약 완료했고, 박찬희 김현호(이상 원주 DB) 김강선(고양 소노) 양우섭(서울 SK) 4명은 은퇴했다. 자율협상에 성공하지 못한 14명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영입의향서 제출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부름받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 28일 마감하는 원 소속 구단과의 재협상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 각 구단이 '전력 외'로 분류한 터라 대부분 프로농구판을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이런 FA시장 흐름을 살펴 보면 사실상 '먹을 것 없는 잔칫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약속과 달리 해외 진출 1년 만에 복귀한 이대성의 '삼성 입단 논란'을 제외하고 '대어급'의 전격 이적 등 주목할 만한 이슈가 없었다. 지난해 최준용(SK→KCC) 양홍석(KT→LG) 오세근(정관장→SK) 등 '대어'들의 연쇄 이동으로 시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적을 떠올려 보면 올해는 얼마나 미지근한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눈길을 끈다. '대어급'이 잠잠한 사이 '준척급'이 재미를 본 것이다. FA시장에서 '대박'은 연봉이 큰 폭 상승하는 호재를 의미한다. 보통 '대어'로 분류되는 선수들은 기존 연봉이 높기 때문에 인상률에 한계가 있지만 '준척급'은 지난 시즌 공헌도에 따라 연봉 급상승을 노릴 수 있다.
이번 FA시장에서 최고 대박을 누린 이는 포워드 최승욱(31)이다. DB를 떠나 소노와 계약하면서 보수 인상률 126%를 기록했다. 종전 보수 1억77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뛰어올랐고, 4년 장기계약도 했다. 2022년 FA로 오리온(현 소노)에서 DB로 이적할 때 계약기간 2년, 보수 1억1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셈이다.
최승욱에 이어 인상률 2위는 가드 최성모(30)다. KT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95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으로 121%의 인상률을 찍었다. 부산 KCC에서 프로 데뷔 후 첫 FA을 맞은 포워드 곽정훈(26)은 보수 인상률 3위(113%)를 기록했다.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하면서 4000만원에서 8500만원을 받게 됐다. 곽정훈은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깜짝 활약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아 '가성비' 좋은 선수란 평가를 받았다. KCC도 그를 '미래 자원'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초과된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선)으로 인해 '몸집 줄이기'를 해야 하는 터라 놓아줘야 했다.
마지막으로 인상률 100%에 턱걸이를 한 선수는 한국가스공사에서 DB로 옮긴 포워드 박봉진(30)이다. 그는 종전 보수 7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생애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
이처럼 올해 FA시장에서 인상률 100% 이상 '대박'을 누린 선수는 총 4명. 지난해에는 SK에서 정관장으로 이적할 때 무려 340%(9100만원→4억원)의 인상률을 기록했던 최성원(29)을 비롯해 11명이 100% 이상 인상됐다. 전체 '대어 시장' 판세와 마찬가지로 '대박 시장'도 올해 불황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성으로는 '대어급'이지만 보수 삭감을 감수할 수밖에 없던 선수도 줄줄이 나왔다. 김시래(삼성)는 -71%(3억5000만원→1억원)의 최고 인하율을 기록했고, 이재도(LG)는 8%가 깎인(6억원→5억5000만원) 계약서에 사인했다. 허일영(SK→LG)과 최부경(SK)도 각각 -7%, -3%의 보수를 받아들였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올해 위축된 FA시장은 신호탄이다. 이번에 계약 완료한 일부 선수들의 몸값에 대해 아직도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구단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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