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 의사 보였던 최원호 감독, 결국 중도 퇴진…한화 새 사령탑은 외부 영입한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년 연속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한다. 부임한 지 382일 만에 최원호(51)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새 사령탑은 내부 승격이 아니라 외부에서 물색한다.
한화는 27일 오전 최원호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다. 한화는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예정으로 그 전까지는 정경배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된다. 28일 대전 롯데전부터 당분간 정경배 대행 체제가 가동되지만 새 사령탑은 외부에서 찾기로 가닥이 잡혔다.
투수 출신 최원호 감독은 선수 은퇴 후 LG에서 재활군 코치, 2군 투수코치를 거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단국대에서 체육학 석사와 운동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피칭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유명했고, KBO 기술위원과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준비된 지도자로 평가됐다.
지난 2019년 11월 퓨처스 사령탑으로 한화와 첫 인연을 맺은 최원호 감독은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1군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수습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선임과 함께 2021년부터 퓨처스로 돌아가 장기 육성 시스템 확립에 기여했고, 지난해 5월11일 시즌 중 전격 1군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당시 한화는 9위로 처져있었고, 남은 시즌 반등과 이기는 야구로의 전환을 위해 팀을 잘 아는 최 감독을 구단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25년까지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 조건이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수베로 감독이 경질됐고, 후임자 최 감독은 시작부터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을 가져야 했다. 지난해 한화는 최종 순위 9위로 어렵게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기대했던 성적 반등은 이뤄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본격적인 가을야구 도전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았고, 오프시즌 FA 강타자 안치홍에 이어 메이저리거 투수 류현진의 복귀로 큰 기대를 모았다. 개막을 앞두고 리빌딩 종료를 선언하면서 윈나우로의 전환을 명확히 했다.
개막 10경기에서 7연승 포함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 스타트를 끊으며 깜짝 단독 1위에 오른 한화는 그러나 이후 한 달 반이 넘도록 깊은 침체에 빠졌다. 50일 동안 연승을 하지 못한 채 5연패, 3연패, 6연패, 2연패, 3연패를 거듭하면서 순위가 순식간에 9위로 내려앉았다. 믿었던 선발진의 붕괴와 타선 부진, 부상자 속출로 시즌 전 계획한 구상이 무너졌다. 패배를 거듭하면서 팀 분위기도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실망한 팬들 사이에서 경질 여론이 빗발쳤고, 최 감독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4월말부터 최 감독은 사퇴 의사를 몇 차례 내비쳤지만 구단에선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힘을 실어줬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3연패 중이던 팀을 격려하며 경질설을 잠재우는 듯했다.
이후 팀이 조금씩 반등하면서 실마리를 찾는가 싶었지만 15일 대전 NC전부터 18일 대구 삼성전까지 다시 4연패를 당했다. 23일 대전 LG전 패배로 시즌 첫 10위 최하위로 떨어진 뒤 최 감독이 손혁 단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4~25일 문학 SSG전을 승리하며 최근 6경기에서 5승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 이후 갑자기 최 감독의 중도 퇴진이 결정됐다. 지난해 부임 후 382일 만이다.
이로써 최 감독은 올 시즌 51경기 21승29패1무(승률 .420)로 8위의 성적을 내고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5월12일부터 정식 감독으로 총 164경기를 지휘하며 68승90패6무(승률 .430)로 이 기간 8위에 올랐다. 2020년 감독대행 시절(114경기 39승72패3무 승률 .351)을 포함하면 1군에서 총 278경기를 이끌며 107승162패9무(승률 .398)의 성적을 남겼다.
최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7년 5월 김성근 감독, 2020년 6월 한용덕 감독, 지난해 5월 수베로 감독에 이어 최 감독까지 최근 팀을 맡았던 4명의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앞서 2012년 8월 물러난 한대화 감독까지, 2013~2014년 김응용 감독을 제외하면 최근 6명 중 5명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제 새 감독이 누가 올지가 관심이다. 정경배 수석코치가 당분간 대행으로 팀을 이끌지만 내부 승격은 없다. 시즌 중이라 외부 영입은 소속된 팀이 없는 야인으로 후보가 좁혀진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는 차기 감독 후보들과 빠르게 면접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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