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곧 100일…'처분' 할지 말지 고심 깊어지는 정부
31일 모집요강 확정, 마무리…의협·의대 교수 오늘 기자회견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100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의 행정처분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1일은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시요강이 확정되면서 의대증원 절차가 마무리되는 날인데 의료계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막판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지난 21일 기준 100개 주요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레지던트는 658명으로 이탈 전공의(9996명)의 6.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30일이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2월20일)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의대증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이라는 또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모두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면 '1년 수련기간 연장'은 기정사실이 된다. 이 경우 '의대생-인턴-레지던트-전임의'로 이어지는 국내 의료시스템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정부가 행정처분에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26일) "면허정지 처분 등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인 처분 시기와 범위, 방법 등은 관계 부처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이탈 전공의에게 "3개월 의사면허를 정지한다"는 사전 통지서를 보내고 의견 청취도 거쳤다. 하지만 총선 직전인 3월 26일 '유연한 처리' 방침으로 전환하며 면허정지 통지를 하지 않았고 사전통지 송달과 의견 청취도 중단했다.
복지부는 이탈 전공의들의 행정·사법 처리가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확정적으로 뭐라 말할 상황이 아니다. 현재 당초 유연한 처분 기조에 따라 절차가 중지된 상태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공의의 복귀가 지지부진한 데다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는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최근 KBS라디오 '전격시사' 전화 인터뷰에서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의 분명한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복귀 시 행정처분 등의 선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임현택 의협 회장이 만든 법률 지원단 '아미쿠스 메디쿠스'의 법률적 조언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전공의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전공의 1명은 이달 30일 출석 예정이며, 나머지 1명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 및 방조해 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임현택 의협 회장을 비롯해 노환규 전 회장,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이 전공의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데 대해 박민수 차관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의협 집행부나 비대위 집행부가 수사 대상이 됐지 않았나"라며 "이전 수사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전공의 면허정지가 내려지면 예전에 (휴진 등) 하기로 한 대로 할 수밖에 없다(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 중 1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통해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고 교육부는 의대 1509명 증원을 반영한 내년도 모집요강 시행계획을 30일 발표한다. 각 대학은 31일까지 신입생 모집요강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27년 만의 증원 절차는 마무리된다.
증원은 확정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전의비)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대교협 승인은 말 그대로 승인일 뿐, 성급하게 2025학년도 입시요강 확정으로 보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등법원 항고심 3개와 대법원 재항고심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결정이 아직 남아있다. 각 대학의 모집요강 발표를 법원 결정 이후로 늦추도록 해야 한다"며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30일까지 의대증원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온 의료계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끝내 망국적 의대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엄포를 놨던 의협은 의대증원의 위험, 악영향을 국민에게 알릴 행사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의협과 전의교협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의대 운영대학 총장과 법원을 향해 "입시요강 발표를 법원 결정 이후에 해야 한다. 재판부는 2000명 발표(2월 6일) 이전처럼 교육 현장을 정상화할 합리적인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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