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우승으로 빛나는 ‘쉬운 골프’
비거리 긴 편한 클럽과 볼 사용 후 PGA 챔피언스 투어 우승
그린 적중률 높은 정교한 클럽과 볼로 SK텔레콤 오픈 우승
백전노장 코리안 탱크 최경주도 긴장했던가. 5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 5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는 3타를 잃어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 박상현과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진 18번 홀(파 4)에서 연장 승부.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페널티구역으로 향했다. 연못에 볼이 빠졌다고 예상한 그의 얼굴이 굳었다. 최경주의 얼굴에 화색이 돈 건 볼이 연못에 빠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서다. 최경주의 스릭슨 볼은 페널티구역 내 잔디 섬, 그것도 치기 좋은 곳에 절묘하게 놓였다.
오랜만이다. 최경주가 K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10월 CJ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이다. 또 만 54세 우승은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최상호(50세 4개월 25일)가 세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뛰어넘는다. 대회 최종 라운드가 54세 생일이라서 더없이 값진 우승 선물이었다.
최경주는 2002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2011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PGA 투어 통산 8승을 거두며 활약했다. ‘남자 골프 변방’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인, 말 그대로 ‘한국 남자 골프 간판선수’였다.
세계 최고 무대를 섭렵한 최경주도 나이가 들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처럼 그의 경기력은 서서히 내리막을 탔다. 2020년 주 무대를 PGA 투어에서 PGA 챔피언스 투어로 옮긴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Point 1. 두 번의 우승 원동력은 ‘인정과 변화’
PGA 챔피언스 투어는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시니어 투어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출전한다는 점에서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특히 최경주는 PGA 투어와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 출전하는 상황이라 최상의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았다.
2021년 최경주는 골프백 속 용품을 새롭게 꾸렸다. 볼을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클럽보다 편안하게 멀리 똑바로 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때 새롭게 골프백에 들어간 것이 스릭슨 드라이버, 아이언, 클리브랜드골프 웨지이다.
최경주는 "ZX7 드라이버를 시타를 하는 순간 클럽도 스릭슨으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존 클럽보다 내 스윙과 너무나도 잘 맞고 긴 비거리에 정교한 플레이가 한결 더 좋아졌다. 샷이 너무 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더 재미난 건 뒤이어 친 아이언(ZX7), 웨지(클리브랜드골프 RTX 집코어)도 만족해서 교체한 것이다.
2021년 최경주의 골프백은 스릭슨 ZX5 드라이버(9.5도), ZX7 아이언(4번~PW), 클리브랜드 RTX 집코어(50도, 54도, 59도(60도를 조정)), 스릭슨 Z star XV로 채워졌다. 결과는 좋았다. 톱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그해 가을 PGA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23년 최경주의 골프백은 새롭게 꾸려졌다. 스릭슨 아이언(ZX7 Mk II(5번~PW))과 클리브랜드골프 웨지(RTX6 집코어 투어 랙(50, 54, 58))로 교체했다. 볼은 스릭슨 계약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Z-Star 다이아몬드이다. 아이언과 웨지, 볼을 교체한 것은 정교한 그린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비거리가 짧은 약점을 정교함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샷 데이터도 최경주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다음이 중요하다. 최경주는 그린 적중률을 높여서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언, 웨지, 볼은 높은 그린 적중률 70.67%(투어 평균 68.1%)을 기록하게 했다. 그 덕분에 평균타수 69.64타(8위)로 투어 평균 71.44타를 한참 앞선다. 최경주의 경쟁력이다.
최경주는 ‘쉬운 골프’로 PGA 챔피언스 투어에 이어 KPGA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어떻게 골프를 하는 것이 고민하고, 옳은 선택을 한 덕분이다. 54세의 노장 선수가 20~30대 젊은 선수들과 대결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 골퍼의 플레이를 동경한다. 멋진 스윙, 긴 비거리, 정교한 샷을 따라 하길 원한다. 나아가 그들이 사용하는 골프 용품이 무엇인지 살피고 구매한다. 동경에서 출발한 선택인데 이때 ‘어려운 골프’가 시작된다.
프로 골퍼들이 사용하는 골프 클럽은 샷 제어력에 초점을 맞춰서 디자인된다. 볼에 스핀을 걸어서 원하는 형태로 휘어지도록 샷을 한다. 볼도 스핀이 잘 걸리는 것을 사용한다. 이런 용품을 아마추어 골퍼가 사용하면 어떨까. 프로 골퍼는 페이드, 드로 샷을 치는데 아마추어 골퍼는 슬라이스, 훅 샷을 치게 된다.
최경주는 우승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아직 도전하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쉬운 골프’를 추구한 그의 선택과 결과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최경주의 골프백 속 클럽, 볼이 무엇인지 살펴볼 때이다.
*<마니아타임즈>와 <골프이슈>의 콘텐츠 제휴 기사입니다.
[류시환 마니아타임즈-골프이슈 기자 /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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