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맨시티… 맨유에 당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결승전 승리에 걸린 배당률은 1.35. 1달러를 걸면 1.35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상대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00이었다. 모두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낙승을 예상했다. 영국 매체 풋볼위스퍼스는 “맨시티가 이길 확률은 74.1%”라고 분석했다. 리그 4연패(連覇)를 이뤄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올 시즌 8위에 머무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성적만큼이나 두 팀의 전력 차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5일 FA컵 결승전. 맨시티는 경기 초반부터 이렇다 할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올 시즌 좀처럼 보지 못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수비 일변도 전술 탓이었다. 당황한 맨시티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수비진이 헐거워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맨유의 긴 패스를 통한 빠른 역습에 결국 당했다.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다. 맨시티는 후반 42분이 돼서야 만회골을 넣었지만, 1대2로 지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맨시티가 이번 결승을 쉽게 여겼다는 정황은 다분했다. 맨시티 선수단은 지난 20일 EPL 우승을 확정 짓고 새벽 내내 음주가무를 즐겼다. 주력 선수인 엘링 홀란, 잭 그릴리시 등 대부분 선수가 새벽 5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식당을 나오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식 훈련도 파티 후 2~3일 뒤에서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을 풀어준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결승에 앞서 “작년 이후 동기부여를 잃었다. 지금 당장 난 정확히 무엇이 동기부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맨유는 모두가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마음을 다잡았다. 주장 브루누 페르난데스는 지난 24일 ‘친애하는 맨유에(Dear United)’라는 100개 단락 분량의 장문을 한 매체에 실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우리가 팬들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웸블리(FA컵 결승전 경기장)로 가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우리를 응원해 주세요. 당신의 주장 페르난데스가”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페르난데스는 두 번째 쐐기골을 도우면서 약속을 지켰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모든 팬들이 우리에게 큰 힘을 줬다”고 했다. 맨유는 올 시즌 EPL을 8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마감했지만, 이번 FA컵 우승 덕분에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맨시티 팬들이 ‘선수들이 아직도 숙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와 같은 질문에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전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내 탓”이라고 팀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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