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물가 노이로제’…금리인하 기대 약화
세계 주요국이 물가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이 금리 인하 정책도 더뎌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탓에 힘든 미국인이 아직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일부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전에 인내를 가지고 물가 안정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지난주 물가 상승 속도가 올해 들어 처음 둔화했다고 발표,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퍼졌지만 정책 당국에선 다른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미국은 지난 15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다고 밝혔다.
Fed가 지난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물가가 쉽사리 안 잡히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포함됐다. 의사록은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은 중요한 이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 유지에도 여러 불확실성이 커졌기에 목표(2.0%) 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지만 하반기 전망치를 0.1%포인트 높였다.
JP모건은 한은을 매파적이라고 평가한 뒤 금리 인하 시기를 4분기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한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이 2.9%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목표보다 높기에 한은은 제약적 금리를 바꿔도 될지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BI는 "한은은 Fed보다 먼저 움직였다가 원화 약세를 추가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8월이면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고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정체됐다는 평가로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의 3.2%보다 크게 낮았지만 전망치(2.1%)를 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6월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확률이 물가지수 발표 전날 51.8%에서 당일 13.9%로 뚝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에 다가선 것보다 근원 물가(3.9%)와 소비자물가 중 서비스 물가(5.9%) 둔화 속도가 느린 데 주목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다음 달 6일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 정책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에 관해 자신감이 생겼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6월에 첫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과 같았다.
그럼에도 높은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걱정은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의 올해 금리인하 폭 전망치가 이번 주 초 0.67%포인트였는데 23일 임금 지표 발표 후엔 0.58%포인트로 떨어졌다. 23일 발표된 유로존의 1분기 협상 임금 인상률은 4.69%로 작년 4분기 4.45%를 상회했다. 유로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대를 지킨다.
일본은 금리 인상이 과제이기에 사정이 다르다. 일본의 4월 소비자 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예상대로 작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지면서 2개월 연속 둔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관해 소비가 아직 약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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