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재미 찾기'에 중독되다

2024. 5. 27. 00: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물 '더 에이트 쇼'는 '재미'가 있다.

결국 재미를 위한 자극은 상대방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할 정도의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치닫는다.

"더 재미있는 것 없나? 더 새로운 것."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일련의 재미들이 이제는 시시하게 느껴지듯이 재미는 계속해서 더 새로움과 자극을 요구한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또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 강한 재미를 찾아다니지만, 끝내 만족할 줄 몰라 내 몸부림에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조은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넷플릭스 시리즈물 ‘더 에이트 쇼’는 ‘재미’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있어야 한다. 8명의 주인공이 끊임없이 재미를 ‘만들지’ 못하면 상금을 잃는 극 중 게임의 규칙 때문이다. 코로 리코더를 부는 귀여운 장기자랑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생존을 위한 더 자극적인 재밋거리가 필요해진다. 결국 재미를 위한 자극은 상대방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할 정도의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치닫는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에게 재미가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 건 분명 제작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왜 이 게임이 진행되는지, 왜 상금을 주는 권력자에게 재미를 선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는 처음에는 어떤 재미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는 구경꾼 모드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도대체 언제, 어디까지 자극 수준을 높여야 이 게임이 끝날지 불안을 느끼는 게임 참가자에게 몰입하게 된다. 어느새 현실 사회의 유행어가 돼버린 ‘도파민 중독’을 드라마가 시사하고 있음을 깨닫는 시점이다.

“더 재미있는 것 없나? 더 새로운 것….”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일련의 재미들이 이제는 시시하게 느껴지듯이 재미는 계속해서 더 새로움과 자극을 요구한다. 한 번 받은 자극은 그보다 덜한 것으로 절대 대체될 수 없다. 이쯤 되면 재미와 자극이 동일한 단어로 인지된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는 이 같은 끝없는 자기 갈망을 ‘자기착취’로 설명한다. 아무도 나를 지배하지 않는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과도한 성과주의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또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 강한 재미를 찾아다니지만, 끝내 만족할 줄 몰라 내 몸부림에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파괴적인 논리 같지만 일상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만약 오늘 내가 어제보다 성취감 드는 일이 적었다면 스스로 하루를 의미 없게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패배자가 된 불안함에 SNS를 뒤적이다가 다음날 더 강도 높은 자극 찾기를 반복할 것이다.

재미 찾기에 중독된 사회에서 원래 재미가 그렇게 나쁜 것이었는지 곱씹어본다. 누구나 재미를 느끼면 행복해진다. 그러나 재미가 행복을 채우는 수단의 전부가 된 게 문제다. 스마트폰과 미디어가 주는 재미의 자극으로 일상의 일시적인 공허함을 채우는 데 효과적인 세상이 돼버렸다. 최근 “아내와 꽃이 구분 안 된다”며 꽃구경을 온 부부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특별한 연출도 없는 영상 하나가 해외 매체까지 전파된 걸 보면 이제는 소소한 감동이 더 희소하고 강한 힘을 지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