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리창 배웅때 "춘야희우" 봄비에 맞춰 두보詩 떠올려

한일중 정상 만찬·회담 이모저모
3國 다문화 어린이 환영 합창
전통악기 연주·도예작품 전시
공통식재료 두부·만두·장류로
오색 골동반 등 한식메뉴 대접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3국 정상이 26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함께 만찬을 했다. 다음 날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두고 함께 식사하며 문화 행사에 참석해 우의를 다진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과 문화행사는 한·일·중 다문화 어린이 2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일본과 중국의 대표 민요를 부르는 순서로 시작됐다.

어린이 합창단은 2010년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 당시 진행됐던 '한·일·중 미래꿈나무 2020 타임캡슐 행사'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어린이 합창단은 2010년 당시 열 살이었던 3국 어린이 2020명이 3국의 평화·번영·우정을 기원하며 묻었던 타임캡슐 속 편지를 발견하고 14년 전 약속에 대한 화답으로 한국 동요 '무지개 빛 하모니'를 노래했다.

만찬 이후 식후 공연으로 3국의 전통악기 연주도 마련됐다.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샤쿠하치, 중국의 얼후 등 3국의 전통악기 연주자가 모여 중국과 일본의 대표곡을 합주했다.

마지막 공연은 3국의 현대음악 밴드 공연이었다. 3국 뮤지션들은 이날 앙코르 곡으로 날씨에 맞게 신중현의 '봄비'를 불러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에 더해 만찬장에는 경력 20년 이상인 3국 도예가들이 상호 교류하며 제작한 작품이 전시됐다. 이 작품들은 3국 도예가 9명이 각 출신 지역의 문화, 재료와 기법 등을 서로 나누며 빚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리 총리와 회담이 끝난 뒤 중국의 시성 두보가 지은 '춘야희우(春夜喜雨)'를 언급하며 그를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가 용산 대통령실을 떠날 때 마침 봄비가 내리자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의미의 중국 시를 떠올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춘야희우'를 모티브로 2009년 개봉한 영화 '호우시절'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

한편 이날 만찬 자리에는 한국, 일본, 중국 측에서 7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3국이 오랜 이웃으로 긴 역사를 함께하며 한자, 차(茶) 문화, 젓가락 같은 문화적 공통점이 있고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때 멸종되다시피 한 따오기 복원을 위해 3국이 힘을 합친 결과, 개체 수가 증가해 3국 모두에 서식하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면서 "따오기가 3국 협력의 결실이자 상징이 된 것처럼, 내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가 많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한·일·중 세 나라 공통의 식재료이자 음식인 두부, 만두, 장류를 활용해 만든 대게 궁중 어만두, 한우 양념갈비와 구운 채소, 오색 골동반 등의 한식 메뉴가 제공됐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