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이유로 기독교인 집단폭행에 방화…파키스탄 경찰 방관 논란

파키스탄의 무슬림. AP뉴시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을 이유로 군중이 기독교인을 집단 폭행하고 화재를 일으켰다.

2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매체 돈에 따르면 전날 오전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 사르고다 지역에서 수백 명의 무슬림이 기독교 가정 2곳의 10여 명을 공격하고 약탈한 뒤 집에 불을 질렀다. 기독교 가정이 운영하던 신발 공장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수백 명의 무슬림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비난하는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경찰은 출동 직후 많은 사람이 집 밖에 모여 있었으며, 공격당하던 이들을 구출하고 군중을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1명이 다쳤으며, 25명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독교 인권 단체 ‘소수자 인권 행진’은 경찰이 70대 기독교인 남성이 집단 구타를 당하는 데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SNS엔 경찰이 지켜보는 데도 성난 군중이 집에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며 한 남성을 집단 구타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아사드 에자즈 말히 사르고다 경찰서장은 이 영상이 ‘가짜’라며 "경찰이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누를 울 아민 멩갈 펀자브주 내무부 장관은 "파키스탄에서 종교를 가장한 불의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철저히 조사한 뒤 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파키스탄엔 ‘신성 모독법’이 있어 예언자 무함마드나 이슬람 경전 쿠란을 조롱하거나 비판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 하지만 신성모독 혐의만 받아도 많은 사람이 흥분해 기소도 안 된 용의자를 폭행하고 린치를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권단체 ‘사회정의센터’에 따르면 1987년 이후 파키스탄에서는 2000여명이 신성 모독죄로 고발됐고 이와 관련해 88명 이상이 집단 구타당해 숨졌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