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한·일, 중·일 연쇄 회담…공식 환영 만찬도
기시다 총리, 중국에 “수산물 금지 해제” 요구
대표단·경재계 인사 70여명 참석 환영만찬 열려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6일 3국은 각각 양자 회담을 통해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 이후 3국 대표단은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식 환영 만찬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회담한 바 있다. 중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점을 상기하며 리 총리의 방한이 “더욱 뜻깊다”고 환영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한·중이 직면한 공동의 도전과제가 엄중한 것도 사실”이며 “오늘날의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안부인사를 전하며 “중국 대표단 일행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노력해 서로에게 믿음직한 좋은 이웃, 또한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리 총리가 대통령실을 떠날 때 비가 내리자 중국 시인 두보가 지은 ‘춘야희우’(春夜喜雨)를 언급했다.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또 춘야희우를 모티브로 2009년 개봉한 영화 ‘호우시절’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 한국 배우 정우성씨와 중국 배우 고원원이 주인공을 맡았다. “리 총리와 8개월 만에 재회한 데 대한 반가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양자 회담도 개최됐다. 양측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3월 이후 셔틀외교가 복원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가 착실히 쌓이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정상 간 신뢰의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셔틀외교를 지속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도약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데 공감했다.
리 총리와 기시다 총리도 이날 오후 양자회담을 갖고 대만해협 문제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오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리창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문제도 이날 회담에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리창 총리에게 금수 조치 철폐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냉정한 대응’을 재차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리 총리와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3국 대표단과 경제계 인사 등 약 70명이 참석하는 공식 환영 만찬을 서울 종로구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했다. 만찬에서는 한·중·일 다문화 어린이 2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일본과 중국의 대표 민요를 불렀다. 또 3국의 전통악기 연주자들이 합주를 했고, 3국 현대음액 밴드의 공연도 이어졌다. 3국 뮤지션들은 앙코르곡으로 가수 신중현씨의 ‘봄비’를 부르기도 했다.
27일 한·중·일은 제9차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3국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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