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밀복’은 맛없고 ‘검복’이 맛있다
‘복어’는 얘깃거리가 많은 물고기다. 우선 복어는 자기 몸을 크게 부풀리고 소리를 내 상대를 겁박하는 재주가 있다. 조선 후기에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복어는 놀라거나 화가 나면 배를 부풀리고 이빨을 가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기록돼 있다.
‘복어’라는 이름도 이 물고기의 가장 큰 특징인 ‘배를 부풀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다만 국어사전에 복어의 복이 배를 의미하는 한자 ‘腹(복)’으로 올라 있지는 않다. 또 옛 문헌에 복어는 대부분 “물에 사는 돼지”라는 의미의 ‘하돈(河豚)’으로 적혀 있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말로, 그 맛이 돼지고기처럼 좋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복어는 대개 ‘하돈’으로 기록돼 있다. <자산어보> 역시 복어의 종류를 ‘검돈’ ‘작돈’ ‘소돈’ 따위로 나누는 등 ‘복’자를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본래 복어는 봄철 생선으로, 복사꽃이 필 때 가장 맛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복어는 강력한 독성 때문에 종종 인명사고를 낸다. 하지만 그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중국 북송시대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죽음과 맞바꿀 만한 맛’이라 했고,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도 봄철의 복어를 최고의 술안주로 꼽았다. 그렇게 맛있는 복어를 현대인들도 즐겨 먹는다. 하지만 그 이름들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표적인 예가 ‘밀복’이다. 복 요릿집 차림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밀복이다. 하지만 ‘진짜’ 밀복은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도 밀복에 대해 “맛이 없어 식용하지 않는다”고 풀이해 놓고 있다. 사람들이 밀복으로 부르며 먹는 복어의 실제 이름은 ‘검복’이다.
‘졸복’도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복어의 한 종류다. 참복과의 물고기로, 크기가 작은 복어를 가리켜 ‘졸복’ 혹은 ‘쫄복’이라 부른다. 하지만 ‘쫄복’은 비표준어이고, ‘졸복’은 몸집이 꽤 크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생물종정보에 따르면 졸복의 성숙체장은 38㎝에 이른다. 몸 길이가 15㎝쯤 되는 작은 복어의 바른 이름은 ‘복섬’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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