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위로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5. 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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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인간적이다.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의 3막 3장, 주인공 파울의 마지막 노래는 이런 감정을 들려준다.

대신 파울은 감당하기 힘든 큰 상실을 겪은 후 꿈과 망상 속에서 헤매다 삶의 의지를 다진다.

내용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주'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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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
코른골트 역작 잘 살려내

"우리는 얼마나 애도해야 할까, 삶이 송두리째 뽑히지 않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극히 인간적이다.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의 3막 3장, 주인공 파울의 마지막 노래는 이런 감정을 들려준다. 고전 작품에서 흔히 숙명에 굴복하는 비극과도,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 서사와도 거리가 멀다. 대신 파울은 감당하기 힘든 큰 상실을 겪은 후 꿈과 망상 속에서 헤매다 삶의 의지를 다진다. 그런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관객도 깊은 여운에 빠지게 된다.

국립오페라단은 23~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선보여 섬세한 연출과 완성도 높은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1920년 12월 독일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초연된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으로 불린 코른골트가 23세에 선보인 역작이자,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상처를 보듬어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내용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주'를 기반으로 한다. 파울은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까지 보관하며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아내와 빼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만나 아내에 대한 정절, 눈앞에 놓인 관능적 유혹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광기 어린 집착과 위선으로 혼란은 깊어진다. 소재만 보면 고자극 치정 드라마이건만, 3막에 이르러 '삶과 죽음의 세계는 갈라져 있다'는 잔잔한 깨달음이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극을 완성하는 건 아름다운 음악이다. 파울과 마리에타의 이중창 '내게 머물렀던 사랑', 바리톤 광대의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의 아리아가 특히 유명하다. 또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환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장치를 동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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