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점검 강화한다는데…점검기관 76%가 필수장비 없다
정부가 지난해 무너진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 건축물의 안전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점검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준공 후 처음 실시하는 안전점검에서 무량판 건축물에 특화된 점검을 의무화하기로 했는데 점검기관 4곳 중 3곳은 정부가 요구하는 필수장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안전점검 용역이 소수에 집중돼 제때 점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6일 건축물관리점검지침(국토부령) 일부개정고시안을 지난 23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 조치로 무량판 구조 건축물의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행 시기는 내년 1월1일이다.
무량판 구조는 수직 기둥이 수평 기둥(보) 없이 위층 구조인 슬래브를 지탱하는 건축 공법이다. 건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둥과 맞닿은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뼈대’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철근)을 넣어야 한다. 전단보강근을 부실 시공하면 급격한 연쇄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국토부는 무량판 건축물에 특화한 장비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점검기관은 반발경도측정기와 철근탐사장비를 보유한 곳으로 정했다. 반발경도측정기는 콘크리트 강도를 측정할 때, 철근탐사장비는 보강철근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장비이다. 건축물관리법은 건축주나 관리자가 사용승인(준공) 후 5년 이내에 최초로, 이후 3년마다 건축물 안전과 기능 유지를 위한 정기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의 규제영향 분석서를 보면, 현재 지자체에 등록된 점검기관 1475곳 중 필수장비를 보유한 곳은 351곳뿐이다. 전체의 76.2%인 1124곳은 장비를 새로 들이지 않으면 무량판 건축물의 안전점검을 할 수 없다. 반발경도측정기는 약 139만원, 철근탐사장비는 약 2453만원으로 총 2592만원이다. 안전점검 비용은 동당 약 124만원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점검 기간이 도래했을 때 업체들이 새로 장비를 들이지 않으면 소수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점검기관은 영세한 곳이 많아서 수익-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기존의 필수장비 보유 업체만 무량판 구조 점검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적기 정기점검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점검기관 교체로 인한 지자체의 행정력 소모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개정안에 무량판 구조 건축물에 대한 장비점검뿐 아니라 주요구조부, 마감재 등에 대한 육안점검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무량판을 특수구조 건축물로 지정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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