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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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최 교수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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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시대에 최재천 교수가 찾은 해법은 '숙론(熟論·Discourse)'이다. 숙론이란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왜 다른지 궁리하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것이다. 최 교수가 평생 화두로 삼았던 것을 정리한 《숙론》은 우리 사회의 난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저자 자신이 직접 숙론을 이끌었던 사례를 담았다.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 구역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들은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 대학의 문을 나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거의 모두 협업 현장에 던져지건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1980년대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수업 조교를 맡았을 때부터 '학생 중심 토론' 수업을 체득하고 이끌었던 최 교수는 1994년 서울대에 부임한 이래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그것을 적용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2012~13년, 수족관 쇼를 하던 돌고래 '제돌이'를 포함해 다섯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숙론을 통해 성공적 야생 방류를 이끌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반세기 가까이 교단과 사회에서 줄기차게 숙론 모임을 이끌어오며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자 필요한 것은 마주 앉아 제대로 하는 대화라고 지적한다. 이기기보다 이해하는 대화, 일방 지시가 아니라 쌍방 대화, 자기 목소리만 높이기보다 낮은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화, 모욕하기보다 모색하는 대화, 굴복시키기보다 회복하려는 대화, 무너뜨리기보다 무릅쓰고 합의하려 애쓰는 대화, 천둥 치듯 윽박지르기보다 찻잎처럼 우러나는 대화다. 그런 대화들의 합이 숙론이다. 최 교수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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