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 4567명 모집" 정부, 의료개혁 속도…의료계 "원점 재논의"
극심한 진통 끝에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이번 주까지 의대 증원을 포함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매듭짓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의대생·전공의는 물론 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해 '의료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공의 처분이 이뤄질 경우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준의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27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의대 정원이 1509명 증원돼 2025학년도에는 40개 의과대학에서 총 4567명을 모집하게 된다"며 "정부는 국민의 지지와 의료진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승인했다. 교육부가 오는 30일 수시·정시 등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각 대학이 다음날까지 입시 요강을 홈페이지에 공표하면 의대 증원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성 실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에 증원이 이루어진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보건복지부에는 "비상 진료 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는 한편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곁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지시했다.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의료 개혁 과제는 앞서 설치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성 실장은 재정 당국에 "필수 의료 전공의 지원 체계, 지역 의료 혁신 투자, 필수 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 의료 R&D(연구개발) 확충 등 의료 개혁 5대 재정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부가 관련 절차를 미뤄야 한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긴급 공동 성명서를 내고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3개와 대법원 재항고심의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결정 이후에 2025 모집 요강이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교육부 발표 날인) 30일까지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전의교협은 같은 날 의대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30개 의대 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자 1031명 중 건물·시설·교수·교육병원·전체역량 등이 적절한 수준인지 묻는 5개 문항에서 응답자의 95% 가량이 "그렇지 않다"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의협은 대교협의 승인이 발표된 직후 입장문에서 "의학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질적 부실로 인해 급속히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으로 칭송받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국 촛불 집회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의협은 "구체적인 일정이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행사 개최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의대 증원이 마무리되는 만큼 정부는 '유연한 처분'을 언급한 후 유보했던 미복귀 전공의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도 조만간 개시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최근 전국의 수련병원 병원장에게 오는 28일까지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불이익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복귀 전공의의 구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료계는 증원 확정과 수련 기간 미충족에 따른 전문의 자격 취득 연기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의료공백에 따른 혼란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전공의 처분에 따라 의대 교수의 사직·휴진이 확대되면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의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공의와 달리 외래 진료, 수술 등을 책임지는 의대 교수들의 이탈은 환자 피해와 직결되는 문제다.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대 교수)는 전공의 안전, 처벌을 막기 위해 (휴진 등을) 시작했다"며 "만약 모든 전공의를 면허정지시키거나 전공의에게 위해가 가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사직·휴진 등) 예전에 하기로 했던 걸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경고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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