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머리카락으로 목 조르는 환각에 빠진 남자, 오페라 ‘죽음의 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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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인간적이다.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의 3막 3장, 주인공 파울의 마지막 노래는 이런 감정을 들려준다.
파울은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까지 보관하며 과거에 사로잡혀있다.
결국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는 생생한 환각까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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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환각 등 고자극 소재에 인간적 갈등 담아
서정적 음악과 볼거리 가득한 코른골트 역작
지극히 인간적이다.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의 3막 3장, 주인공 파울의 마지막 노래는 이런 감정을 들려준다. 고전 작품에서 흔히 숙명에 굴복하는 비극과도,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 서사와도 거리가 멀다. 대신 파울은 감당하기 힘든 큰 상실을 겪은 후 꿈과 망상 속에서 헤매다 삶의 의지를 다진다. 그런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관객도 깊은 여운에 빠지게 된다.
국립오페라단은 23~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선보여 섬세한 연출과 완성도 높은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1920년 12월 독일 함부르크과 쾰른에서 초연된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으로 불린 코른골트가 23세에 선보인 역작이자,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상처를 보듬어준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내용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브뤼주’를 기반으로 한다. 파울은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까지 보관하며 과거에 사로잡혀있다. 그러다 아내와 똑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만나 아내에 대한 정절, 눈앞에 놓인 관능적 유혹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광기 어린 집착과 위선으로 혼란은 깊어진다. 결국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는 생생한 환각까지 본다. 소재만 보면 고자극 치정 드라마이건만, 3막에 이르러 ‘삶과 죽음의 세계는 갈라져있다’는 잔잔한 깨달음이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마리에타는 파울과 대척점에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끌어안은 생명력 있는 여성 캐릭터로 그려진다.
극을 완성하는 건 아름다운 음악이다. 파울과 마리에타의 이중창 ‘내게 머물렀던 사랑’, 바리톤 광대의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의 아리아가 특히 유명하다.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주가 듣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독일 출신 지휘자 로타 퀴닉스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활약했다. 코른골트는 훗날 미국 할리우드로 넘어가 초기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평가받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서사와 어울리는 편안하고 극적인 음악이 돋보였다. 쇤베르크 등의 영향으로 무조성, 불협화음이 주목받던 시기임에도 바그너식 후기 낭만주의 특색을 녹여내 어렵지 않은 현대음악을 들려준다.
보는 재미도 있었다. 스위스 출신 연출가 줄리앙 샤바는 국내 초연작임을 고려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환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장치를 동원했다. 가령 죽은 마리 역할에 마네킹 같은 움직임을 구사한 무용수(김채희)를 통해 기괴한 파울의 망상, 죽은 자의 환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극 초반엔 마네킹 인형인 줄 알았던 마리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자 객석에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그 움직임은 마지막 장면까지 존재감을 이어갔다.
24일 2회차 공연에서 파울 역할을 소화한 이정환과 마리·마리에타 역의 소프라노 오선미도 호연했다. 몸짓으로 심리 묘사를 하는 연기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고음이 이어지는 고난도 곡에서도 흔들림 없는 가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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