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 노린다면…본청약 미뤄진 단지도 눈여겨볼 만
정부가 최근 수도권 3기 새도시 등 공공분양 주택에 적용했던 사전청약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공공주택 청약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올해 예정됐던 1만가구 규모 사전청약은 무산됐고 앞서 사전청약을 진행한 뒤 올해 본청약이 예정된 공공분양 단지들의 본청약 일정도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것으로, 사전청약이 중단돼도 주택 공급 물량 자체가 변동하지는 않는다. 수요자로서는 본청약에 앞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의 당첨과 입주를 미리 예약하는 효과가 있었던 사전청약의 장점을 더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이제 공공분양을 기다려왔던 무주택 수요자로서는 기존에 사전청약을 받았으나 아직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단지들과 신규로 나올 공공분양 단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 공공주택 사전청약 폐지 왜?
지난 2021년 7월 도입돼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천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천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사업지구 택지 조성, 주택사업계획 인허가 등 지연으로 이들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밀릴 것으로 예상되자 국토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됐다. 본청약이 장기간 지연되면 사전청약 당첨자의 계약금·중도금 자금 마련 계획, 기존 전월세 계약기간 연장 등 새 집에 입주하기 위한 준비 일정도 틀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탓에 확정 분양가가 사전청약 때 예고됐던 것보다 높아지는 것도 본청약 지연이 불러온 폐해로 떠올랐다. 본청약이 1년 늦어진 성남신촌 A2블록 59㎡ 추정 분양가는 6억8268만원이었는데, 확정 분양가는 6억9110만~7억8870만원으로 최대 1억602만원(15.5%) 올랐다. 본청약이 1년 4개월 늦어진 파주운정3 A22블록 역시 전용면적 74㎡ 추정 분양가가 3억8074만원인데, 본청약 확정 분양가는 3억9182만~4억2060만원으로 최대 3986만원(10.5%) 비쌌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중단과 함께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본청약 때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낮춰 나머지는 잔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중도금 납부 횟수는 2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또 본청약 지연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주택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전청약 당첨자가 직접 거주하기를 원하는 주택을 구하면 엘에이치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를 안내하기로 했다.
엘에이치는 또 그동안 본청약 예고일 1~2개월 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청약 지연 여부를 통보했으나, 앞으로는 예상 지연 기간과 사유를 최대한 일찍 안내하기로 했다. 올해 9~10월 본청약이 진행될 것으로 안내한 7개 단지 당첨자에게 이달 말 사업추진 일정을 개별적으로 안내한다. 해당 단지는 남양주왕숙2 A1(762가구), 남양주왕숙2 A3블록(650가구), 과천주암 C1블록(884가구), 과천주암 C2블록(651가구), 하남교산 A2블록(1056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1블록(1125가구), 남양주왕숙 B2블록(539가구)이다. 이들 단지는 본청약이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2년 가까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12월 본청약이 예정됐던 남양주왕숙 A1·A2블록 등 6개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다음달 지연 일정이 안내될 예정이다.
■ 올해 공공분양 청약 단지는 어디?
올해 본청약이 예정됐던 공공주택 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계획대로 본청약이 진행되는 단지는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로, 오는 9월 본청약이 예정돼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 전용면적 59㎡ 263호 중 255호에 대한 사전청약에서 일반공급 경쟁률이 645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단지에서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포기 물량이 일부라도 나온다면 사전청약을 받지 않았던 나머지 8호와 합쳐져 일반분양된다.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는 8억7225만원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엘에이치의 공공분양 10개 단지, 5489호 규모의 입주자 모집이 진행될 계획이다. 9월에는 수원당수·의왕월암·인천계양 등에서, 10월에는 파주운정3·충북혁신도시에서, 11월에는 의왕청계2·성남금토·남원주역세권에서 본청약이 이뤄진다.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단지들의 경우 대부분 입지가 양호한 곳이어서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수요자들은 사전청약 당시 올해 하반기 예정이었던 본청약이 내년 이후로 연기되는 공공분양 단지들도 미리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 단지는 사전청약 당시 인기가 높았지만 입주 예정 시기 지연과 분양가 상승 등 요인으로 본청약 포기 물량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본청약이 진행된 13개 단지의 본청약 계약률은 평균 54%로, 사전청약 당첨자 중 절반 가까이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전셋값 수준의 분양가로 내 집을 장만하고픈 수요자라면 공공주택 미계약 물량도 살펴볼 만하다. 엘에이치는 양주옥정, 화성비봉, 인천영종 등지의 공공분양 물량을 선착순 계약 중인데, 일부는 확장공사비 무상 지원, 잔금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양주옥정 A4블록 공공분양의 경우 전용면적 51~59㎡ 분양가격이 2억6100만~3억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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