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여성이 묻는 ‘사랑할 자격’…“연민 아닌 공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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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하게 보이지만 침으로 쏠 수도 있잖아요. 아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죠." 연극 '젤리피쉬'를 쓴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은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다룬 작품에 해파리란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국엔 '우리 없이 우리 얘기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어요." 웨더릴은 "장애인을 다룬 공연이나 예술에 그분들을 더욱 많이 참여시켜 본인들의 경험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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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벤 웨더릴 내한…“선입견 깨는 경험 얻길”
“말랑말랑하게 보이지만 침으로 쏠 수도 있잖아요. 아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죠.” 연극 ‘젤리피쉬’를 쓴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은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다룬 작품에 해파리란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좋아하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며 “장애인의 이야기를 일반화하기보다 두 모녀가 변화를 겪으며 경험하는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연극은 통속적 로맨스물의 서사와 구조를 차용하다. 배경은 영국의 어느 소도시. 엄마 아그네스와 함께 사는 27살 다운증후군 여성 켈리는 어느 날 또래인 비장애 남성 닐과 사랑에 빠져든다. 임신한 켈리는 엄마가 반대했지만 집을 나가 닐과 함께 산다. 작가 웨더릴은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그 사람 얘기를 쓴다기보다 이렇게 재능있고 멋있는 사람을 위해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느낌이었다”고 소개했다. “작품을 쓰면서 연민보다 공감을 좀 더 바랐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각자 원하는 대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할 자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는 “관객들이 연극에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선입견을 깨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새롬 연출은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다양성에 연극의 초점을 맞춘다. 2018년 영국 런던 부시 시어터 초연과 이듬해 영국 내셔널시어터 공연, 2023년 호주 뉴 시어터 공연까지 모두 다운증후군 배우가 주연했다. 이번에도 오디션을 통해 발탁돼 첫 연기에 도전하는 다운증후군 무용수 백지윤(33)이 켈리 역을 맡았다. 원작과 달리 ‘프롬프터 배우’가 등장한다. 백지윤 배우가 대사의 흐름을 놓치거나 대사를 잊었을 때 무대 밖에서 배우에게 대본을 읽어주는 역할이다. 많은 대학로 연극에 출연한 관록의 배우 정수영이 아그네스를 연기한다.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공개한 점도 눈에 띈다. 웨더릴은 “한국 공연에서 프롬프터 배우라든가 연습실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점을 인상 깊게 봤다”며 “객석에서 관찰했더니 한국 관객에게도 비슷한 울림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영국엔 ‘우리 없이 우리 얘기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어요.” 웨더릴은 “장애인을 다룬 공연이나 예술에 그분들을 더욱 많이 참여시켜 본인들의 경험과 생각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웨더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경험할 수 있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접근할 수 없다는 거죠.” 연극뿐만 아니라 방송 작가로도 일하고 있는 그는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지만,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무대 위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이 작품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공연제작사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했다. 28일까지 서울 모두예술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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