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치고 뽕잎밥 먹고…전통 양잠업 즐기며 힐링
뽕나무 군락지 있어 사육환경 최적화
12가구 150년 사육방식 명맥 이어가
당뇨에 좋은 가공품 ‘누에환’ 매출효자
먹거리·체험 다채…관광객 발길 끌어
매년 5∼6월이면 뽕나무 군락지에서 검붉은 오디가 주렁주렁 달려 장관인 마을이 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방식으로 누에를 치는 곳이다. 각종 누에 가공품 생산과 체험행사를 통해 제2의 양잠 전성기를 모색하는 일명 ‘유유마을’을 찾아가봤다.
이 마을은 2006년 ‘부안 누에타운특구’로 지정됐다. 부안은 조선시대 때부터 양잠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뽕나무 군락지가 있어 누에 먹이를 조달하기 쉬웠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적절한 온습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부안의 토산품은 뽕으로 기록돼 있다. 2017년에는 ‘부안 유유동 양잠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 8호로 지정됐으며 지금은 유유마을 55가구 중 12가구가 양잠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던 방문객도 최근 급속히 예전 수준으로 회복세다.
“누에가 땅을 딛고 나무를 타야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저희 마을은 힘들더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누에로 만든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통 양잠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현숙이 유유마을 사무장의 전통 양잠에 관한 설명이다.
현 사무장에 따르면 전통 양잠은 어린 누에 시기에는 온돌방에서, 큰 누에는 환기가 잘되는 잠실(누에 키우는 방) 바닥에서 기른다. 현대식 공장이 도입되기 이전 집집마다 누에를 기르던 시절 정립된 사육법이다. 지금은 높은 철제 판 위에서 누에를 기르는 현대 양잠이 일반적이지만 유유마을은 150년이 넘게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50년 넘게 누에를 쳐온 주민 이계인씨(70)는 “학교 다닐 적부터 누에가 먹는 밥을 댄다고 하루 종일 뽕밭과 잠실을 들락날락했다”며 “행여 누에가 귀찮을까 봐 모기도 손으로 잡아줬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양잠은 고되지만 그만큼 보상이 크다. 과거 양잠농가는 누에가 고치를 만들면 수확해 비단실을 얻었다. 최근엔 고치를 만들기 전 누에를 수확해 찌거나 말려 건강식품으로 가공하는데 대표적인 게 ‘누에환’이다. 뽕잎에 있는 ‘데옥시노지리마이신’이라는 성분은 당 흡수를 방해해 혈당이 올라가지 않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뽕잎을 먹은 누에가 당뇨에 좋다고 부안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설명한다.
누에를 가루로 만들어 동그랗게 만든 누에환은 500g에 8만원 이상이다. 덕분에 양잠농가는 가구당 평균 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40년 이상 양잠 경력을 가진 주민 김선옥씨(64)는 “누에 가공품의 인기가 많아서 지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귀띔했다.
유유마을은 누에와 뽕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도 진행한다. 전통 양잠과 마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마을에서는 직접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여보는 누에치기 체험을 하고 전통 잠실도 둘러볼 수 있다.
전통 잠실은 황토로 만들어졌고 벽 위아래로 환풍구를 마련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좋다. 마을에는 전통 양잠 홍보관도 있어 과거 비단 제작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다. 교육적인 내용이어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이 많다.
마을 체험관에는 뽕잎과 오디로 만든 다양한 먹을거리가 기다린다. 방문객은 뽕잎밥이나 오디잼·오디강정을 직접 만들고 먹어볼 수 있다. 마을 식당인 ‘슬로푸드 유유’에선 뽕잎과 마을 농산물, 변산반도 해산물로 차린 ‘참뽕치유 한상차림’이 제공된다.
그 밖에도 새콤달콤한 오디주스와 쌉싸름한 뽕잎 아이스크림 등을 개발해 뽕나무 활용처를 늘리고 있다.
누에타운특구로 지정되면서 부안군이 유유마을 인근에 조성한 누에 테마파크 ‘누에타운’도 들러볼 만하다. 1층에는 누에의 생태와 다른 나라의 누에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으며 2층에는 장수풍뎅이나 물방개 등 다양한 곤충 관찰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관영씨는 “아이들에게 누에를 실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현 사무장은 “앞으로는 이곳을 오고 가는 생활인구나, 관심을 가진 관계인구가 정착하고 싶은 힐링마을로 발전시켜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더 많은 분들이 와서 양잠의 매력을 느끼고 마을 발전에 참여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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