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주청, 유인탐사에만 목매선 안돼... 국민 위한 '우주 활용책' 고민해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에 '적극 개방'… 오바마 행정부서 '뉴 스페이스' 이끌어
"韓 우주청, 아르테미스 계획에 모든 것 걸지 말아야…자국민 이득 생각하라"
"우주로 가는 비용은 더 저렴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우주로 가게 될 겁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의 우주항공청은 우주라는 환경을 이용해 어떻게 자국민의 삶에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2009년, 로리 가버 전 NASA(미 항공우주국) 부국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찰리 볼든 전 NASA 국장과 함께 NASA를 이끌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4년간 미국의 우주 산업은 '민간 주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스페이스X가 상업용 유인 우주선 개발을 위한 NASA와의 계약을 처음으로 따냈다. 30년간 이어져 온 NASA의 우주왕복선 계획(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Project Constellation)은 취소됐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시작이었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고 가버 전 부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한국에 우주항공청(KASA·우주청)이 개청한다는 소식에 그는 "시작 단계인 만큼 희망이 보인다"며 "관료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해야 민간과의 협업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버 전 부국장은 우주공학자가 아닌 정책 전문가다. 다른 NASA '리더급' 인사와 달리 우주에 직접 가본 적도 없다. 부국장 임명 당시 그의 '자격'을 두고 NASA 내부와 의회의 반발이 거셌다. 또, 가버 전 부국장이 내세운 전략은 NASA가 고수해 온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가버 전 부국장은 NASA가 30년간 추진해 온 우주왕복선 계획(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을 폐지할 것을 강력 주장했다. 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는 미국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이다. 대형 우주선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투자했지만,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가버 전 부국장은 "30년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NASA, 의회, 참여 기업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모든 걸 옛 방식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공·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사와 보잉사가 이때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가버 전 부국장은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이들 기업에 언제나 막대한 돈을 대 줄 준비가 돼 있었고, 기업은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NASA와 두 기업은 '코스트-플러스 피 계약(cost-plus fee contract)'을 맺고 있었다. NASA가 기업에 개발에 드는 대금,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지급하고 인센티브까지 얹어주는 방식이다.
가버 전 부국장은 '돈 먹는 하마'인 컨스텔레이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NASA-기업 간 계약 방식을 바꾸는 '개혁'을 시도했다. 그는 당시 이 계획을 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날들이 우주 뒷편에서 허비되지 않도록 해보죠'라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2010년 2월, 오바마 행정부는 컨스텔레이션을 계획을 취소시켰다. NASA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계약 방식을 제안했다. R&D(연구·개발) 비용을 낮춰 생기는 이익을 기업이 챙기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도 기업이 책임지도록 했다. 기존 기업들의 저항이 거셌다. 하지만 손을 든 거물들이 있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와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였다. 가버 전 부국장은 "결국 이들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로켓 재사용' 같은 놀라운 기술을 개발했고, 그 결과 NASA는 우주 개발에 드는 비용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우주 정책·산업을 진두지휘할 우주청이 27일 경남 사천에서 문을 연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 항공의 컨트롤 타워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 건지 약 2년 만이다. 초대 우주청장으로 임명된 윤영빈 청장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주 5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정부 주도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상용 우주 개발을 주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본격적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게 최종 목표다. 국제 협력 분야에선 미국의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가버 전 부국장은 그러나 "아르테미스 계획은 많은 부분에서 컨스텔레이션 계획과 유사하다"며 "아르테미스 계획이 투자한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낼지, 지연되지 않고 진전을 보일지 대해서도 의구심이 크다"고 전망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2025년 유인 달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그는 "한국 우주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모든 것'을 걸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ASA는 국제 협력에 관심이 많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조직이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건 한국이 우주 개발에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NASA의 국장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국장의 말 한 마디에 모두가 움직인다"며 "만약 우주청의 조직 문화도 비슷하다면, 결국 리더에 의해 정책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민간과 협업하려면 시스템과 조직을 간소화해 관료주의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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