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너지 쓰면 1년 아닌 두 달이면 간다”…화성행 초고속 우주선의 비밀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5. 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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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달, 붉은 색의 화성,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나타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평균 2.25억km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우주선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뉴호라이즌인데, 시속 5만8000km의 속도를 낸다. 이 속도로 화성까지 간다고 치면 약 161일, 약 5~6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는 직선거리에 해당하는 계산 결과다. 실제 비행 궤도는 직선이 아니며 화성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화성까지 편도로 보통 1년 가량, 왕복하면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한다.

NASA는 최근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당길 기술 개발에 몰두 중이다. 24일 NASA에 따르면 ‘펄스 플라즈마 로켓(PPR·Pulsed Plasma Rocket)’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NASA는 “PPR은 현재의 그 어떤 심우주 추진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설계된 추진시스템”이라며 “단 2개월 만에 화성에 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펄스 플라즈마 로켓(PPR·Pulsed Plasma Rocket) 개념도.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PPR은 핵분열 반응으로 추진력을 얻는 원자력 로켓이다. 핵분열은 큰 원자핵이 분열해 작은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큰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PPR은 이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삼는다. 설계 이론상 최대 10만뉴턴(N)의 힘을 낸다. 1N은 질량 1㎏의 물체를 1㎨만큼 가속시키는 힘이다.

PPR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 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연료 효율은 엔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력을 생성하는지 측정하는 수치인 ‘비추력(Isp·Specific Impulse)’으로 따진다. 비추력은 연료 1kg을 태웠을 때 초당 얻을 수 있는 추력을 뜻한다. 단위는 초로 나타내며 값이 클수록 효율이 우수한 연료다. PPR의 비추력은 5000초다. 고체 연료의 비추력은 200~270초 정도, 액체 연료는 300~400 초 정도로 분석된다. PPR의 연료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NASA는 “높은 ISP와 높은 추력을 결합한 PPR의 탁월한 성능은 우주 탐사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시스템의 높은 효율성 덕분에 화성 유인 임무를 단 2개월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PPR은 미국 기업인 ‘호우인더스트리(Howe Industries)’가 주도해 개발 중이다. NASA는 “PPR을 사용하면 우주방사선에 대한 차폐 기능을 갖춘 훨씬 더 무거운 우주선을 운반할 수 있다”며 “우주인이 우주방사선의 영향없이 자유롭게 우주를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계. [사진=위키피디아]
지구 궤도나 달을 넘어 심우주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반 기술들의 발전이 눈부시다. 지구와 탐사선을 이어줄 통신 기술부터 우주 곳곳을 살필 탐사 장비, 심우주 탐사를 떠날 우주인에 대한 의학 연구까지 모든 분야에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많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추진 시스템이다. 우주에서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기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연료를 적게 쓰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3개의 랩터 엔진에 모두 불이 붙었다. [사진=스페이스X]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강력한 엔진을 내세웠다. 인류 최강의 힘을 내는 엔진을 개발해 이를 우주발사체나 우주선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랩터 엔진’은 극저온의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섞어 추진제로 사용한다. 185t의 추력을 내는 랩터1 엔진을 거쳐 230t의 추력을 내는 랩터2 엔진까지 업그레이드를 하고, 현재 랩터 3 엔진을 개발 중이다. 이 엔진은 랩터 2 엔진보다 20% 더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머스크 CEO는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랩터 엔진을 활용하는 게 골자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21년 랩터 엔진 개발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을 질책한 바 있다. 당시 머스크 CEO가 “랩터 엔진 개발이 제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스페이스X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랩터 엔진 개발은 머스크의 우주 계획의 핵심이었다.

화성에 인류가 도착한 모습을 상상도로 나타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우주발사체인 ‘스타십’의 1단 ‘슈퍼헤비’에는 33개의 랩터 엔진이 달린다. 총 7700t의 힘을 낸다. 보잉747 항공기 63대가 내는 추력과 같다. 인류 최강의 우주발사체다. 사람을 태울 우주선이자 스타십 2단(1단 위)에는 6개 랩터 엔진이 달린다. 이 중 3개 엔진은 우주 비행 때 활용하기 위해 개량한 것이다. 기존 엔진보다 넓은 분사노즐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우주에서 엔진의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탄을 연료로 쓰는 엔진은 랩터가 처음이다. 메탄은 기존 액체엔진 로켓에 주로 사용되는 연료인 케로신(등유)처럼 침전물이 쌓이는 코킹 문제도 없고 비용도 저렴해 경제적이다. 또 스페이스X는 랩터 엔진을 재사용이 가능하게끔 설계했다. 추후 열 보호막 없는 형태로 만들어 우주발사체와 우주선의 질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X를 통해 “차세대 랩터 엔진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더 강한 추력과 더 높은 ISP 등 기타 많은 개선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돛을 펴 우주를 항해하는 ‘솔라세일’.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물을 동력으로 하는 수력 추진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아르고 스페이스’는 물을 동력으로 쓰는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 운송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물을 증기로 만든 뒤 증기에 고주파에너지와 같은 형태의 전기력을 가해 뜨거운 플라즈마로 변환하고 플라즈마를 통해 추진력을 내는 원리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물은 장기간 보관이 쉽고 우주선 부품을 손상시키는 영향도 없다. 아르고 스페이스는 올해 말 지구 저궤도 운송 시험을 거쳐 2025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예 연료가 없는 우주선 개발도 시도된다. NASA는 지난달 돛을 펴 우주를 항해하는 신개념 우주선 ‘솔라세일’을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연료 없이 태양에서 나온 빛의 입자인 ‘광자’가 돛을 때리는 힘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태양이 있는 한 무한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솔라세일은 지구 상공 1000㎞에 안착해 돛을 펼치고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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