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짜리 로봇개가 가스 누출 탐지한다…AI 도입 나선 SK이노 ‘스마트플랜트 2.0’

울산/조재현 기자 2024. 5. 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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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찾은 SK울산 콤플렉스(울산CLX)의 정유 고도화설비(FCC) 생산공장 앞. 키 61㎝의 노란색 로봇 개 한 마리가 두 발을 동시에 내디디며 걷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정유사 최초로 도입한 로봇 개 ‘행독(Happy Dog)’이었다. 대당 가격은 약 3억원이다. 가스 감지기와 열화상카메라, 최대 30배줌 카메라, 장애물 회피기능 등이 탑재된 행독은 공장 내부를 한 번에 40~50분씩 하루 6번 순찰하며 각종 과제를 수행한다.

울산시 SK울산 콤플렉스(울산CLX)에서 로봇 개 '행독'이 정유 시설을 걸어다니며 순찰하는 모습.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정유·화학 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 등 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플랜트 2.0′을 현장에 본격 도입한다고 26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스마트플랜트’ 개념을 도입하며 스마트플랜트추진팀을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 현장 사고를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한 ‘스마트플랜트 2.0′을 새로 내놨다.

‘스마트플랜트 2.0’은 AI와 DT를 적용한 공정 자동 운전, 자동 제어(APC) 고도화, 설비 고장 예측 등 40여 개 과제를 구성돼 있다. 회사 측은 울산CLX에 적용하면 한 해에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장을 예측해 사고를 줄여 20억~30억원, 정유 작업 효율화로 제품 수율을 개선해 약 20억원 등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본다.

◇로봇 개가 순찰하고 드론 띄워 점검… AR로 시뮬레이션도

울산CLX는 여의도 3배 크기(약 826만㎡) 세계 최대 규모 정유·화학 공장이다. 1964년부터 지속적으로 정비와 교체가 이뤄졌다. 대형 탱크가 700개 있고, 파이프는 지구와 달을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에 이른다. 원유 저장탱크 34개에는 총 2000만배럴의 원유를 보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열흘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이처럼 60년이 넘은 울산CLX에 AI와 DT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로봇 개 ‘행독’이 대표적 사례다. 행독은 현재 낮 시간에 한 대만 시범 운용하고 있는데, 향후 야간으로 확대하고, 가동 대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행독은 사람의 조종 없이도 공장 내 시설 결함을 탐지해 알리는 역할을 한다. 만약 행독이 공장 시설 내에서 설비 문제를 탐지하면 중앙관제소에 즉시 내용이 보고된다. 이를 확인한 작업자는 증강현실(AR) 기술이 탑재된 태블릿을 들고 문제가 발생한 설비 현장을 직접 화면에 띄운다. 화면에 실제 높이와 크기를 반영해 3D로 공사 장비의 설치 위치와 크기를 계획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측 정확성이 높아 실제 정비 비용을 정산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했다.

울산시 SK울산 콤플렉스(울산CLX)에서 작업자들이 가상의 비계를 설치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SK이노베이션

100m 넘는 높이의 탱크 지붕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시설을 점검할 때는 드론이 투입되기도 한다. 드론은 한 번 비행할 때 20분씩 순찰하며 최고 150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울산CLX의 건물 최고 높이가 120m인 점을 고려해 설정된 높이다. 이 드론에도 광학 30배줌 카메라와 열화상카메라가 탑재돼있어, 이상 온도나 시설 결함 등을 즉시 파악한다.

◇AI 시스템 자체 개발하는 정유사… AI·DT 전문가 양성도 본격화

SK이노베이션은 현장 상황과 기술·노하우를 접목해 AI를 탑재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도 밝혔다. 울산CLX 내에서만 소프트웨어 분석 전문 인력 90여 명과 AI·DT 전문가 10여 명을 양성·운용하고 있다. 앞서 2016년 스마트플랜트를 처음 선보인 후, 2019년부터 AI·DT를 도입한 새 스마트플랜트 도입에 착수했다.

향후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에 기반을 둔 챗봇을 개발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이를 엔지니어 업무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직접 AI 시스템을 만들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며 “IT 업체와 협업해 현장에서 시스템 유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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