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vs ‘가정의 가치’ 최태원-노소영 법적 공방 [주말엔]

이호준 2024. 5.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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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이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이 오는 30일 목요일에 선고됩니다.

2022년 12월, 1심은 두 사람의 이혼과 함께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최대 5조 원대로 추정되는 최 회장 재산의 1% 정도를 받고 이혼해야 하는 노 관장.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을 더 받으려는 노 관장과 이를 방어하려는 최 회장의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연관기사][단독] ‘비자금·이부진’까지 소환된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2024.05.23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0781

■ '가정의 가치' 강조한 노소영

노소영 관장은 자신의 이혼 사건이 일반 가정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혼인 기간이 30년 넘었지만 최 회장의 동거인과 혼외자 공개 등으로 갈라서는 이른바 '축출 이혼'이고, 그동안 가정을 지키고 회사의 경영을 도운 자신의 기여가 충분하다는 주장입니다.

노 관장은 재판에서 "이 판결을 계기로 가정의 가치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이번 이혼 사건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수많은 가정과 수많은 여성, 가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 관장 측은 SK그룹의 성장과 남편인 최 회장의 총수 역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자신의 결혼 지참금 등 총 343억 원을 남편인 최 회장과 시아버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반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 노 전 대통령이 1998년까지 최태원 회장에게 32억 원, 노 관장이 최 회장에게 1994년 전달한 결혼 지참금 10억 원 등입니다.

노소영 관장이 주장한 SK그룹에 대한 노 관장 측 자금 기여.


노 관장 측은 SK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때 자금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썼고, 최 회장이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의 전신 '대한텔레콤'의 주식을 매입할 때 결혼 지참금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노 관장 측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에서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과 노 관장 가족이 써놓은 메모 등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할 때 최 회장 등을 동행하는 등 여러 도움을 주었고, 최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가 되는 데에 '전 대통령 사위'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특수한 '재벌 총수' 강조한 최태원

반면, 최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재벌 총수의 특수성을 최대한 강조했다고 전해졌습니다.

현재 최 회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인 그룹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고 증여받은 재산이기에 노 관장의 기여가 없고, 따라서 최 회장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거나 혼인 중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이른바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입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주식 등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노 관장에게 줘야 하는 재산분할 액수를 665억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그룹에 들어온 사실 자체가 없다면서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도 확인됐으며, 노 관장이 제시하는 약속어음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자금 명목으로 전달한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또한, 증권사 인수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라 그룹의 부외자금, 즉 그룹의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단독] ‘비자금·이부진’까지 소환된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KBS 뉴스9


최 회장 측은 '노태우 정권의 지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6공 특혜'는 없었으며, 오히려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적법하게 얻은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하고, 이후 지금의 'SK텔레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손실과 사업 지연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최 회장은 재판에서 "선재 회장은 이미 굴지의 대기업을 만들었고, 제 결혼으로 인해 SK그룹이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기업인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됐다"면서 "이런 인식 등 안 좋은 굴레가 계속됐으며, 이 굴레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이부진 이혼'도 거론…"주식 제외" vs "비교 안 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천문학적인 재산을 보유한 재벌가의 이혼이 흔치 않은 만큼, 비슷한 사례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입니다.

이부진 사장의 전 남편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이혼 소송 과정에서 1조 2천억 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이부진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141억 원의 재산분할만 해주면 된다는 판결이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최 회장 측은 이 사장의 이혼을 거론하며 이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이 재산분할에서 제외된 것처럼, 자신의 이혼에서도 그룹 관련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이혼 사건이라는 점 외에 이부진 사장 사례와 공통점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장의 주식은 혼인 전에 취득했지만, 최 회장은 혼인 이후에 주식을 취득했고, 36년의 혼인 기간 등 기여 정도가 이 사장 사례가 비교가 어렵다는 겁니다.

■ 동거인 지출 규모도 공방... 1,100억 원대 vs 230억 원대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 대한 지출 규모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습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준 돈이 1,100억 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최 회장은 김 이사장 생활비와 재단에 230억 원대를 지출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과 별개로 김 이사장에 대해 혼인 파탄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30억 원의 위자료 소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석명준비명령서를 20차례 이상 보냈습니다.

지난달 16일 변론을 종결한 재판부는 오는 30일 선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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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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