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英, `물가 불안`에 금리 인하 고심…ECB만 내달 `피벗` 나설 듯

이미선 2024. 5. 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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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글로벌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풀지못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은 다음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생활 물가가 크게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옐런 장관은 최근 몇 달간 임금 상승률이 높았음에도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택과 생활용품 가격이 여전히 높다고 인정했다.

옐런 장관은 "임금이 평균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많이 올랐지만,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단기간에 크게 상승한 점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목표치(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3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쉽게 잡히지 않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의사록은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다양한 참석 위원이 인플레이션이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물가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지만, 하반기는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기준금리 동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물가 상승률이 목표(2%) 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한국의 4월 물가 상승률이 2.9%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목표보다 높기 때문에 한은으로선 제약적 금리를 바꿔도 될지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며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전월(3.2%)보다 크게 낮았지만 전망치(2.1%)를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6월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확률이 물가지수 발표 전날인 21일 51.8%에서 22일 13.9%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다가섰지만 근원 물가(3.9%)와 소비자물가 중 서비스물가(5.9%)의 둔화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달 6일 금리를 내리며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 정책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에 관해 자신감이 생겼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6월에 첫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4%로 집계됐다.

다만 높은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23일 발표된 유로존의 1분기 협상 임금 인상률은 4.69%로 지난해 4분기 4.45%를 웃돌았다. 유로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대를 기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의 올해 금리인하 폭 전망치가 임금 지표 발표 직전 0.67%포인트에서 발표 이후 0.58%포인트로 축소됐다. 시장에선 유로존 임금 지표가 앞으로 금리 경로를 정하는 데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또 뛸 수도' 각국 경계심 못 풀어…ECB만 금리인하 눈앞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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