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아직 내리지도 않았는데…” 은행 가계빚 매주 1조원 넘게 늘어난다[머니뭐니]
‘주춤’하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이달만 2.4조원↑
신용대출 수요도 늘어…가계대출 억제 효과 ‘미미’
5대 은행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 ‘한계점’ 도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기준금리가 11개월 연속 3.5%로 동결되며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한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끝물’이라는 예상이 팽배해지며 정책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나마 꾸준히 줄어들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방어하던 신용대출마저 증가세로 전환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0조4302억원으로 4월 말(698조30억원)과 비교해 2조427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한 달 동안 4조4346억원의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2분기 들어 매주 1조3400억원가량 대출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올 1분기 통틀어 늘어난 규모(1조1590억원)보다 큰 규모의 증가폭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담대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라서다.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지난 4월 말 540조9902억원에서 이달 약 3주 만에 543조5934억원으로 2조6032억원 늘었다. 지난 3월 4000억원가량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주담대 잔액은 올 4월에만 4조3433억원이 늘어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딤돌 등 정책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면서 “같은 추세가 유지될 시, 이달에도 4조원 가까운 증가폭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금리 긴축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확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11차례 연속으로 3.5%의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면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신용대출 잔액마저 감소세가 ‘주춤’하며 가계부채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통화당국의 긴축 신호가 가계대출 억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분기 동안 총 4조원 넘게 줄어들었던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4월 중 4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3주간 494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총재 또한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그간 감소세를 보이던 기타대출도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신용대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 데 이어, 공모주 청약 등 일시적 요인이 더해지며 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수준이 극도로 낮게 형성된 점도 가계부채 확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전 세계 채권 시장에 선반영된 데다, 은행의 주담대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단순평균금리는 4.01%로 1년 전(4.86%)과 비교해 0.85%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해당 기간 기준금리 변동은 없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은행들의 금리 향방에 따라 가계대출 추이가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을 1.2~1.5% 선에서 관리하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21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이미 1.15% 수준에 도달해, 한계점에 육박했다.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려 한다면 주담대 수요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담대의 경우 은행이 임의적으로 심사 문턱을 조절하는 방안이 적절치 않아, 전반적인 금리 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변동금리를 택한 기존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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