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거취, 뉴진스 색깔…이번주 법원 결정이 분수령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 사태와 관련해 어도어의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이번주가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도 양쪽이 입을 타격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오는 31일 임시 주총을 연다. 어도어 지분의 80%를 보유한 모회사 하이브는 경영권 찬탈 시도 등을 이유로 들며 민 대표 해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민 대표는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며 맞섰다. 자신을 해임하려는 것은 대표이사 임기를 5년으로 명기한 주주 간 계약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주총이 열리기 전인 27~30일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기각하면 하이브는 예정대로 민 대표와 민 대표 측근인 다른 경영진까지 모두 해임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새 이사진으로 하이브 사내 임원인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후보 중에서) 어도어의 등기상 대표이사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이사 후보 3인의 역할과 범위, 조직 안정화와 지원 방안 등은 결정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후보는 ‘관리’에 방점을 둔 일종의 임시 라인업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새 경영진을 인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면서 민 대표는 유임하게 된다. 다만 가처분신청은 민 대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다른 경영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이브는 민 대표의 측근인 신아무개 부대표와 김아무개 이사 해임안은 그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빈자리에 하이브 쪽 이사진이 합류하면서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민 대표 홀로 고립되는 모양새다.
민 대표의 거취와 더불어 대중의 또 다른 중대한 관심사는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의 앞날이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하이브 사내 타운홀 미팅을 열어 “현재 사안은 어도어 전체가 아닌 일부에만 해당하는 제한적인 문제”라며 “하이브·어도어 구성원과 함께 뉴진스의 활동을 더 견고하게 이어나갈 것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뉴진스는 지난 24일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를 발매하며 컴백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먼저 공개한 수록곡 ‘버블검’ 뮤직비디오는 폭발적인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공개한 타이틀곡 ‘하우 스위트’는 ‘뿅뿅’거리는 발랄한 사운드를 내세운 통통 튀는 힙합 스타일 곡으로, 앨범 발매 당일에만 81만장(한터차트 기준) 넘게 팔리는 등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민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 뉴진스는 기존 색깔을 유지하며 계속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와 민 대표의 불편한 동거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민 대표가 유임해도 여론전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텐데, 치열한 논쟁과 대조적으로 뉴진스 멤버들이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광경이 좀 기묘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평론가는 “민희진과 뉴진스를 묶어 응원·지지하는 세력만큼이나 더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대표가 해임되면 뉴진스의 색깔이 일정 부분 변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도헌 평론가는 “민 대표가 없으면 뉴진스 특유의 미감이나 거장과의 협업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룹과 멤버들 가치가 이미 높아진 만큼 자본과 화력을 투자하면 결국 상업적 성공을 거둘 것 같다”고 짚었다. 김성환 평론가는 “뉴진스의 이미지나 음악적 콘셉트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이전과의 비교와 호불호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멤버들이 성년이 되는 시점에는 어차피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뉴진스 멤버들이 민 대표 해임에 반발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하거나 전속계약 관련 분쟁을 제기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뉴진스의 존폐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헌 평론가는 “뉴진스의 가치가 이미 상당하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다들 고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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