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36평이 전세 2억, 싸다"…재건축 앞뒀는데 '일단 GO'

이용안 기자, 이민하 기자 2024. 5. 26.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전세대란, 현실화하나(下)
[편집자주] 전세대란이 현실화할까. 전세보증금이 서울은 너무 비싸서, 지방은 너무 싸서 난리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선 전세 품귀 현상으로 전세가율이 치솟는 반면, 지방에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신축 아파트 전세가 남아돈다. 수급 불균형은 시장을 왜곡시킨다. 전세대란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보고 원인과 영향을 분석했다.
"5억 딱 맞춰 전세 올리자"…'신생아 특례' 신혼부부 몰리니 생긴 일
③올해 3분기 특례 기준 완화…전세 수요 과열 심화될 듯

저금리 정책모기지인 신생아 특례대출도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3분기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소득 기준이 2억원으로 완화되면 지금보다 전세 시장이 더 과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신청된 전세 자금 대출(버팀목) 규모는 1조1956억원(6338건)이다. 이 중 대환 용도는 5433억원(3041건)으로 전세 자금 대출 신청액의 45%를 차지했다. 상품 출시 초기에는 대환 비중이 절반을 넘었으나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신생아 특례 전세 자금 대출은 대출접수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부부에게 보증금 5억원(수도권 5억원·비수도권 4억원) 내에서 최대 3억원을 빌려주는 정책모기지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대출 금리가 1.1~3%가 적용된다. 최초 대출 기간은 2년이고 5회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2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순자산이 3억45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도 1억3000만원보다 낮아야 한다.

◇신생아 대출 받으면 '이자 부담 줄어드네'…집주인들 5억원 안 넘게 보증금 올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29건으로, 작년 4월의 1만3892건과 비교해 44.4% 줄었다. 그러나 평균 전셋값은 작년 4월 5억589만원에서 지난달 5억2655만원으로 4.1% 상승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4.05.2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신생아 특례 전세 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신혼부부들이 신규로 전세 계약을 맺는 비중이 늘면서 전셋값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상품의 금리 상·하단 모두 시중은행보다 2%포인트(p)가량 낮다. 전세보증금이 올라도 신혼부부의 이자 상환 부담은 오히려 이전보다 줄어든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 사실을 알고 5억원을 넘지 않는 선에선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경우도 나온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시중은행에서 2억원 규모에 3.5%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으면 연에 70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그런데 신생아 특례 전세 자금 대출로 2% 금리를 적용받으면 대출금액이 3억원이어도 연 이자가 600만원이 된다. 총대출금액이 1억원 늘었어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으면 연에 갚아야 할 이자는 100만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신생아 특례 대출이 출시된 후 보증금 5억원 이하 전세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포애드원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 보증금 5억원 이하 비중은 54.36%였다. 지난 1월(51.38%), 2월(52.97%)을 거쳐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으로는 전세보증금 5억원 이하 비중이 55.26%로 집계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세 수요 과열 상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이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아지면 이 같은 상태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동구를 제외하고는 내후년까지 공급물량이 적어 서울 전반적으로 전세 부족 문제가 최소 2년 이상은 이어질 것"이라며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가 늘어난다는 점도 전셋값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용산 아파트가 '전세 2억대'…"2년 못 살아도 들어갈래요"
④ 집값 10분의 1만 내는 '재건축 전세살이' 수요 늘어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공8단지 아파트 /사진=네이버 부동산

지은 지 40~50년 된 노후 아파트에 '전세살이'가 늘고 있다. 좋은 입지와 주변 환경·인프라를 갖췄지만,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 저렴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강남·용산 등 지역 일부 재건축 단지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10%를 밑도는 경우도 나오는 상황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전용면적 120㎡는 이달 16일 전세보증금 2억원(5층)에 신규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맺었던 4억원(3층), 5억5000만원(1층)보다 보증금은 절반가량 떨어졌다. 최근 매매가(41억원7440만원)와 비교하면 전세가율은 약 5% 수준이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셋값의 비율이다.

이촌동 한강맨션은 1971년 준공된 노후 아파트다. 재건축이 한창 진행 중으로 2022년 11월 재건축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평형 전세는 올해 들어서만 12건이 넘었다. 같은 단지 전용 101㎡도 최근 평균 매매가 38억2940만원인데 반해 전세가는 4억원이다. 전세가율은 10.4%다. 이 역시 올해만 12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는 가운데 재건축 단지들에서 전세계약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기본 2년 거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재건축 절차가 상당히 진행돼 전세계약 기간 2년을 다 채울 수 없더라도 가격 측면의 이점이 크다 보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준공된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아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면 내년 8월 이주가 시작된다. 전용 82㎡는 이달 3억원(5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최근 매매가는 15억5000만원(3층)이다. 전용 107㎡는 이달에만 전세계약 3건이 체결됐다.

◇'준강남' 과천 재건축단지 신혼부부들 전세 수요 이어져

전세가율 낮은 주요 아파트 단지/그래픽=조수아

전세 세입자들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재건축 단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주공8단지도 이달 들어서 평형별로 4건(전용 73㎡), 2건(전용 83㎡)씩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각각 7건, 10건에 달했다. 올해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이르면 내년 초 이주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신규 전세수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두 평형 모두 올해 초 5억원대에도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최근에는 2억원대로 떨어졌다.

그만큼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도 벌어졌다. 실제로 이달 들어 해당 단지 전용 73㎡는 14억5000만원(1층), 14억9000만원(11층), 14억7000만원(2층)에 각각 매매된 반면 전세는 2억7000만원(14층), 3억원(9층), 2억원(6층) 등에 계약됐다. 평균 전세가율은 17.2%에 불과하다. 전용 83㎡도 평균 매매가 16억3000만원, 전세 2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16%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5억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신혼부부들 전세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재건축 노후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사비 문제나 조합원 갈등 등 여러 요인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세입자는 저렴한 가격에 오랜 기간 거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아파트 전용 87㎡는 이달 3억7000만원(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이 단지에서 체결된 전세계약만 25건이다. 2020년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이후 조합원 간 갈등으로 현재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