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서울살이 때려치운 'MZ농부'…"23가지 꽃차로 힐링"
액상차·꽃청 등 상품 개발…"팜파티로 도시·농촌 가교 역할"
[편집자주] 당찬 매력을 지닌 여성. 우리는 '걸크러시'라 부른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는 걸크러시 바람도 강력하다. 뉴스1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이들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농촌 걸크러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여수에서 1200평에 달하는 꽃밭을 운영하며 7년째 성공적인 귀촌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청년농업인이 있다.
주인공은 곽은옥 '꽃방, 다락' 대표(40·여)다.
여수 돌산읍 평사리에서 만난 곽 대표는 회색 후드티와 청바지, 흰 장갑을 착용하고 분홍색 장화를 신은 채 꽃밭을 가꾸고 있었다. 영락없는 '시골 농부'다.
그는 23가지의 꽃으로 (꽃)차를 만들고 이중 동백과 목련, 매화 등을 가공해 꽃청을 개발하는 등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20년 전남창조경제센터에서 열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MZ농부'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80년대 초반~90년대 중반)와 Z세대(90년 중반~20년)를 통칭하는 말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추구한다. 최신 트렌드와 남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한다.
'꽃차를 즐기다…꽃방, 다락입니다'는 곽 대표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브랜드다.
곽 대표는 고향인 여수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2003년쯤 대한민국 팔도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강원도로 대학을 진학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살이를 시작한 그는 출판사 등에서 근무하며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설렘과 기쁨도 컸지만,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씩 지쳐갔다.
일하던 책상 한편에는 자연스럽게 커피가 놓여 있었고 피곤함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커피만 마셨다. 직장엔 여직원이 대다수여서 점심시간에 모여 커피를 마시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한 직원이 가져온 꽃차를 마신 뒤 점심시간은 커피에서 '꽃차 문화'로 확 바뀌었다.
"팍팍한 일상에 커피보다 (꽃)차를 마시고, 이 순간만이라도 힐링과 여유를 즐기자"라는 의미에서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일상은 차를 마시는 순간 이외 큰 변화는 없었다. 서울살이가 힘에 부쳤던 그는 "직접 차를 만들어볼까"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15년간 타지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사업 기반과 지식이 부족했던 곽 대표는 모친이 운영하는 밭과 농장에서 몇 개월간 잡초를 뽑고 꽃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팍팍한 서울살이보다 산과 바다를 갖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지내는 시간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곽 대표는 고심 끝에 '힐링과 치유농장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꽃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업기술센터와 창조경제센터 등을 찾아 사업계획서를 내고 공모전과 경진대회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지원금 2000만 원을 확보해 꽃 개발, 교육, 브랜드화, 특허 등록 등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수확하는 꽃만 23가지다. 가장 비중이 큰 동백꽃을 시작으로 해당화, 캐모마일, 금잔화, 도화, 무궁화, 메리골드, 매화, 로젤, 비올라, 국화, 산국, 구절초, 맨드라미, 스테비아, 바질, 박하, 페퍼민트, 챠빌, 타임, 로즈마리, 애플민트, 레몬밤 등이다.
곽 대표는 2022년부터 조금씩 수익이 발생해 연매출이 50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특히 동백을 포함한 일부 꽃들은 가공해 '꽃청'을 개발·판매 중이다.
동백꽃청의 경우 덖음해 일정 기간 숙성을 거친 다량의 동백에 해당화, 히비스커스, 맨드라미 등이 블렌딩돼 있다. 설탕을 줄이고 천연감미료와 프락토 올리고당을 배합해 동백의 향긋함을 그대로 재연했다.
창조경제센터(대상)과 전남도 우수창업농(우수상) 등 분야에서 수상 경력을 인정받아 중고교 대상 한 달에 2~3회 강연을 다니는 바쁜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곽 대표는 올해부터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해 제대로 사업을 키워볼 생각이다. 다양한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입점을 확대하고, 추가 브랜드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청년들이 찾아오는 농촌'이다. '꽃방, 다락'처럼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힐링·치유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2022년 여수시의 지원으로 진행한 팜파티를 통해 청년들이 농촌에 찾아와 직접 캔 농작물로 밥을 만들어 먹고 공연도 즐기고 스스로를 찾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곽은옥 대표는 "(제가 청년농부니까) 지역민들과 농부들 간 관계를 연결해주고 싶다"며 "청년들이 많이 찾도록 도시와 농촌의 가교 역할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kd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바람난 아내 따귀 때렸더니,이혼 요구하며 문중 땅 절반 달라네요"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
- "마약 자수합니다" 횡설수설…김나정, 결국 경찰 고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