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없어요"…'11평' 원룸 전셋값 '7억' 찍었다

김효정 기자, 김평화 기자 2024. 5.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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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전세대란, 현실화하나(上)
[편집자주] 전세대란이 현실화할까. 전세보증금이 서울은 너무 비싸서, 지방은 너무 싸서 난리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선 전세 품귀 현상으로 전세가율이 치솟는 반면, 지방에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신축 아파트 전세가 남아돈다. 수급 불균형은 시장을 왜곡시킨다. 전세대란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보고 원인과 영향을 분석했다.
원룸 전세가 7억? '전세 신고가' 속출…'전세대란' 현실되나
①1년 째 오르는 전셋값…신축·대단지 전세 못 구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29건으로, 작년 4월의 1만3892건과 비교해 44.4% 줄었다. 그러나 평균 전셋값은 작년 4월 5억589만원에서 지난달 5억2655만원으로 4.1% 상승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4.05.2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5월 이후 1년 연속 올랐다. 전세 신고가를 갈아 치우는 단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신축·대단지 등 선호도 높은 아파트는 물론 소형 평수나 구축 매물도 소진되면서 상승폭은 더 확대되고 있다. 전세 수요는 이어지는 데 반해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세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일 기준)는 88로 전주 대비 0.10%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3주째 오름세다. 상승폭은 전주(0.07%)보다 더 커졌다.

전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39㎡(약 11평)는 지난 11일 7억원(8층)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 기록한 종전 전세 최고가 6억2000만원(4층)보다 8000만원 높은 신고가다. 해당 단지의 전용 39㎡는 1인 가구를 겨냥한 평형으로, 거실과 방 1개가 있는 구조다.

지난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74㎡ 전세는 올해 3월 19억원(1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최고가는 올해 1월 거래된 16억원(8층)인데 두 달 만에 3억원이 올랐다. 전용 168㎡도 올해 3월 45억원(12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42억원·12층)를 갈아치웠다.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 최고가의 80% 이상을 회복한 단지도 속속 나온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 2차' 전용59㎡는 지난 11일 7억7000만원(6층)에 전세거래됐다. 지난달 6일 6억3500만원(5층)에 거래된지 약 한 달 만에 1억 넘게 오른 가격이다. 2021년 최고가였던 9억원의 85% 수준을 회복했다.

마포구 신공덕동 '브라운스톤공덕' 전용 59㎡ 전셋값은 2021년 10월 8억7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지난해 고점 대비 57%까지 떨어진 5억원(17층)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달 7일 다시 고점 대비 90% 가까이 회복한 7억8000만원(25층)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더 귀해지는 전세' 수요가 공급매물 웃돌아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그래픽=이지혜

전셋값 고공행진에 매물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기존 전세는 갱신계약으로 묶이면서 매물이 풀리지 않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총 2만9166건으로 3개월 전(3만3236건) 대비 12.3%(4070건) 줄었다. 1년 전(3만8274건)과 비교하면 23.8%(9108건) 빠졌다.

반면 실수요자는 넘쳐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1.4로 5월 들어 3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넘겼다. 이 지수가 100을 넘은 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11월(100.5)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기준선보다 높을 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권역별로는 동북권(성동, 광진, 동대문, 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이 104.2로 가장 높고 서남권(양천, 강서, 구로, 금천, 영등포, 동작, 관악)이 그 뒤를 이었다. 은평, 서대문, 마포 등 서북권(100.5)도 기준선을 넘었고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 동남권(96.2)도 기준선에 근접했다.

물량은 적은데 수요는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 폭등은 나오지 않겠지만 비아파트 기피 현상 등으로 신축 아파트 위주의 전셋값 상승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공사비 문제 등으로 신규 착공 들어가는 현장이 거의 없다 보니 최소한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2년에서 4년 이상은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 '고공행진' 왜?…찾는 사람 늘었는데 '공급 한계'
② '빌라 말고 아파트' 전세쏠림 현상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29건으로, 작년 4월의 1만3892건과 비교해 44.4% 줄었다. 그러나 평균 전셋값은 작년 4월 5억589만원에서 지난달 5억2655만원으로 4.1% 상승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4.05.2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지금 집 사는 게 맞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택 매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매매는 전세에 비해 더 큰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데 위험요인이 늘어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이 방아쇠가 됐다. 매수 후 가격이 오를 거라는 '확신'보다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시장참여자들이 많아졌다. 이에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관망하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해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셋값 고공행진의 이유는 늘어난 수요 대비 공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매물 품귀현상, "어디 괜찮은 전세 없나요?"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는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매매 물건이 15개에 달한다. 하지만 전세 매물은 0개. 매매 거래는 올들어 한 달에 1~2건씩 성사되고 있지만 전세거래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게 서울 주요 지역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성북구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없을뿐더러 꽤 높은 가격에 전세매물이 나와도 금방 소진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건수는 2만9315건으로 1년 전(3만7828건)에 비해 22.6% 줄었다. 자치구별로 은평구 전세매물은 이 기간 72.4%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밖에 동대문구 -61.2%, 중구 -60.8%, 영등포구 -50%, 노원구 -49.2% 등에서 전세 매물이 반토막이 났다.

◇그 많던 전세매물, 어디로 갔을까?…'임대차 2법' 갱신 재계약 등 원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729건으로, 작년 4월의 1만3892건과 비교해 44.4% 줄었다. 그러나 평균 전셋값은 작년 4월 5억589만원에서 지난달 5억2655만원으로 4.1% 상승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2024.05.2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전세 공급매물이 줄어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재계약 증가가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월간 전체 전세계약 중 갱신계약 비율은 지난해 매달 25~29%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1월 31% △2월 39% △3월 35% △4월 36% 등으로 늘었다.

정부가 2020년부터 시행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의 영향도 있다. 임대차2법이 통과되면서 세입자는 임대차 재계약을 1회 요청할 수 있고, 갱신계약 시 전세금 인상폭은 5% 이하로 제한됐다. 일반적으로 2년 단위로 이뤄지던 전세계약이 이 법에 따라 사실상 4년으로 보장됐다.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는 새 전셋집을 구하는 것보다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게 낫다. 전세 갱신 계약을 하면 보증금 인상폭은 종전 대비 5% 이내로 제한된다. 이사비 등 기타비용도 아낄 수 있다. 전세 재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 당사자 간 계약이기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그만큼 감소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매매시장의 가격 상승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 대기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했다"며 "여기에 1분기 5억원 이하 주택에 저리 대출이 가능한 신생아 특례 전세 대출 시행이 본격화된 게 컸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역세권과 신축 단지 등 선호도가 큰 지역에 신규 전세 수요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갱신계약 기간 4년이 만료되는 시기로 그동안 인상폭이 제한됐던 만큼 한 번에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년 계약 만기 전세 매물은 서울 기준 5만4000여건으로 추정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급부족, 다세대(빌라) 수요자들이 아파트 시장으로 유입, 임대차 계약 갱신 2+2 만기도래 등으로 당분간 전셋값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격과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 전세수요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다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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