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제작비 회당 35억…"일본 가면 반값인데" 한숨 [김소연의 엔터비즈]
日 리메이크 봇물, 이유 있었네
"가성비 한국? 옛말이죠."
비싸진 몸값과 제작비에 국내 제작자들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본 합작 작품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몇몇 대형 OTT 플랫폼들도 이전엔 한국에서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높은 수익성을 기대했다면, 최근엔 치솟는 출연료와 인건비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도 들려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까이 일본에만 가도 국내 제작비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일본 원작 드라마, 영화가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종말의 바보', '기생수' 모두 동명의 일본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한 드라마 연출가는 "국내 웹툰, 웹소설 등 IP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최근 국내 IP 한 작품당 영상화 판권 가격이 1억500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이면 일본 인기 드라마, 만화를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판매 등 해외 시장 등을 고려하면, 인지도가 더 높은 원작을 구매하는 게 비즈니스적으로 더 이득 아니겠냐"고 말했다.
치솟는 제작비, 얼어붙은 시장
지난달 종영한 tvN '눈물의 여왕'은 16부작에 총 560억원, 회당 35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물의 여왕'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 드라마 시장은 "아무리 싸게 찍어도 회당 12억원은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회당 몇억원의 출연료를 줘야 하는 한류스타 없이 만들었을 때 가능한 얘기다.
16부작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마다 1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시청률이 잘 나와도 손해를 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이제 국내 드라마는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어떻게 하면 더 해외에서 잘 팔릴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원작 받고, 수출 계약하기도"
일본과 협업은 '보릿고개'로 불리는 현재의 한국 드라마 제작 상황에서 "외면하기 힘든 제안"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높은 만큼 "원작 판매를 하면서 수출 계약까지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대형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일본 원작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1억5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며 "그 이상의 가격은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워낙 한국 남자 배우들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보니 이들을 캐스팅해서 리메이크하는 조건으로 원작 판매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작 관계자는 "그런데도 원작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 유무인데, 일본은 정서가 우리랑 비슷하다"며 "통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선택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교류, 국경 없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MOU 체결 등 협업을 위한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제작한 SLL(에스엘엘중앙)은 지난 17일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닥터X' 시리즈 등 콘텐츠를 서비스한 일본 대표 민영 방송사 TV아사히와 콘텐츠 비즈니스 상호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SLL 자회사인 필름몬스터와 더 세븐은 이미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리즈를 프로듀싱한 모리이 아키라 프로듀서가 공동 제작에 나선 것.
CJ ENM도 TBS와 3년간 드라마 3편 이상, 영화 2편을 공동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2021년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드라마·영화·예능·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공동 기획, 제작을 해왔다.
여기에 배우들 교류도 활발하다.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한국에 진출한다. 채종협이 일본 TBS '아이 러브 유'를 통해 '신(新) 한류 프린스'로 자리매김한 것에 이어 한효주가 일본 넷플릭스 '로맨틱 어나니머스' 주연을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한 제작 PD는 "방송사는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고, 답 안 나오는 OTT만 기다리느니, 일본에 가서 작업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런 현상에 대해 인력 유출과 이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일본은 물론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제작비 규모가 국내와 비교해 절반 이상 적지만,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 잆다'는 위기감에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한국의 인적 자원이 해외로 움직이면 글로벌 OTT에서도 '비싼 한국에서 제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결국 돈이 움직이는 곳에 눈길이 가는 거 아니겠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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