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합쳐 148년 경력…'바다 은퇴'하는 제주해녀들의 마지막 물질

오현지 기자 2024. 5. 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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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는 둘이 합쳐 경력 148년인 해녀들의 '특별한 물질'이 펼쳐졌다.

이날 귀덕2리 어촌계와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는 사상 첫 해녀 은퇴식을 열었다.

김성근 귀덕2리 어촌계장은 "평생을 몸 바쳐 온 해녀들이 은퇴할 때 이렇게 박수쳐 줄 행사가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며 "양종훈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 이사장과 전국 최초로 이렇게 은퇴식을 열게 됐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앞으로 매해 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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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상 첫 해녀 은퇴식 열어 해녀 9명 노고 치하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어촌계 인근 바다에서 70여 년 해녀 생활을 마무리하는 김유생(92), 강두교(91) 어르신이 마지막 물질을 하며 잡은 소라와 전복, 미역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4.5.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는 둘이 합쳐 경력 148년인 해녀들의 '특별한 물질'이 펼쳐졌다.

해녀 김유생 씨(92)와 강두교 씨(91)는 바다에 발을 담그자마자 익숙하게 테왁을 붙잡고 헤엄쳐 나갔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 풍경이었지만 포구 한쪽에는 수십 명의 관중이 있었고, 일부는 틈틈이 눈물을 찍어내기 바빴다.

70여 년 합을 맞춰온 이들은 쌍둥이처럼 잠수해 이내 통통한 전복과 소라를 양손에 잡고 물 밖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하나씩 잡아 들어 올릴 때마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어촌계 인근 바다에서 마지막 물질을 마친 강두교 어르신(오른쪽)과 김유생 어르신이 서로를 안고 웃고 있다. 2024.5.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5분여 바다를 누빈 두 해녀는 육지로 올라선 뒤 서로를 부둥켜안고 '마지막 물질'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 물질을 끝으로 15살, 22살에 만난 바다와 이별한다.

강 씨는 소감을 묻자 "좋지"라더니 곧 "아쉬워, 계속하고 싶지. 이제 못 들어간다니 너무 아쉽지"라며 웃었다.

이날 귀덕2리 어촌계와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는 사상 첫 해녀 은퇴식을 열었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박수를 받으며 은퇴한 해녀는 김 씨와 강 씨, 김신생 씨(83), 김조자 씨(89), 박정자 씨(86), 부창우 씨(83), 이금순 씨(89), 홍순화 씨(79), 홍희성 씨(86) 등 9명이다.

해녀들은 처음 물질을 시작할 때 입었던 전통 해녀옷인 물소중이(하의)와 물적삼(상의)를 입고 은퇴식에 자리했다.

마지막 물질이 끝난 뒤 어촌계회관에서는 공로상 수여식이 진행됐다. 상장에는 '해녀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제주 해녀 고유의 명맥을 유지함에 기여해주신 데 감사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에서 열린 제주해녀 은퇴식 '마지막 해녀노래보존회 합창단원들이 '해녀 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 2024.5.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하루 종일 일했으나 버는 것은 기막혀 살자 하니 근심으로 잠도 안 오네. 우습써 우습써 하영우습써.(웃으세요, 많이 웃으세요) 하영 웃으멍 살암시민 하간디 아픈 거 돌아납니다.(많이 웃으며 살아가면 아픈 거 달아납니다)'

은퇴 해녀들은 서글퍼도 강직한 제주해녀의 모습을 담은 해녀노래보존회의 '해녀 아리랑'을 들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김성근 귀덕2리 어촌계장은 "평생을 몸 바쳐 온 해녀들이 은퇴할 때 이렇게 박수쳐 줄 행사가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며 "양종훈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 이사장과 전국 최초로 이렇게 은퇴식을 열게 됐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앞으로 매해 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퇴식을 후원한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앞으로 각 어촌계별로 은퇴식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한 해녀 분이 다시 태어나도 해녀 하겠다고 하셨는데 이 자부심이 후배, 손자들에게까지 당당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17년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제주도내 해녀는 1970년 1만4143명에 이르렀으나 해마다 줄어 지난해 2938명으로 역대 처음으로 3000명대가 붕괴했다. 그중 60세 이상 고령 해녀는 2565명으로 90%를 넘는다.

25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어촌계에서 열린 제주해녀 은퇴식 '마지막 물질'에서 은퇴하는 해녀들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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