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탄소중립' 명분 무역장벽 쌓는 美·EU… K-철강 영향은

이한듬 기자 2024. 5. 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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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무역장벽… K-철강은 속수무책] ② 주요국 규제 강화에 韓 철강 수출 차질 우려↑
[편집자주] 국내 철강업계가 거센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중국산 철강 관세를 3배 이상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유럽연합(EU)은 탄소 배출을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 한국 철강사들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불황에도 저탄도 생산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CBAM)을 전면 시행한다. /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이유로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적하에 규제성 법안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강화된 규정에 맞추지 않으면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만큼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요국 환경규제 강화… 국내 철강업계 불똥


EU는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세금을 부과·징수하는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2026년 1월부터 본격시행한다.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업종이다.

CBAM 은 지난해 10월부터 전환기간에 돌입했으며 해당 대상 업종의 국내 기업들은 규정에 맞게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고객사(수입자)에 전달해야 한다. 전환기간에는 배출량 보고 의무가 적용되며 본격 시행 이후에는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도 발생한다. 수입품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가격을 추가로 부과한다. 2026년부터 탄소세 명목으로 사실상 추가 관세를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전환기에도 보고 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톤당 10∼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산업계는 제도의 적용을 받는 대상 업종 중에서도 철강업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로보다는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고로의 비중이 높아 제조·공정 과정에서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고로와 전기로 비중은 68:32 수준으로 EU(59:41)보다 고로 비중이 더 크다. 대(對)EU 수출규모도 다른 업종에 비해 크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EU에 총 681억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이 중 철강은 49억달러 규모다.

문제는 EU외에도 미국, 영국 등도 CBAM과 유사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글로벌 지속가능한 철강협정(GSSA)을 추진 중이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철강 관세율을 차등 부과하는 협정으로 이 협정에서 탄소규제가 도입된다면 CBAM과 더불어 국내 철강업계는 추가적인 탄소세를 부담해야 한다. 당초 이 협정은 지난해 10월을 협상 타결 시한으로 설정했으나 이후 협상 시한이 2025년 말로 연기됐다.

EU를 탈퇴한 영국도 CBAM를 마련 중이다. 영국은 설계안에서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세라믹 ▲유리를 적용품목에 포함했으며 오는 6월13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받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영국에 3억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7개 적용 품목 전체 수출액의 98%에 해당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 2고로에서 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창호 기자


대응 나서는 주요국… 한국도 저탄소 전략 박차


세계 주요국은 CBAM 등 기후통상 기조의 확산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EU 주요 철강사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 및 수소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일본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선도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시험설비 구축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 역시 중공업 분야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제철·제강 공정의 저탄소·친환경 전환을 위해 2050년까지 고로 11기를 수소유동환원로 14기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2025년까지 수소유동환원 기초 기술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100만톤급을 실증하기 위한 예산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및 수소에너지용 신소재 개발, 신재생에너지용 초대구경 강관 제조기술 개발 등 새로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발굴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도 친환경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자체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 시험 설비를 올해 본격 준비하기로 했고 연산 250만톤 규모의 광양제철소 전기로를 내년 말까지 준공해 저탄소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 당진제철소 생산체계를 고로 중심에서 전기로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2028년을 목표로 내년부터 3년간 8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제철소 내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설립을 추진한다.

동국제강은 '스틸 포 그린' 전략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자가발전 설비 구축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실현하고 공정기술 분야에서는 '하이퍼 전기로' 등 에너지 사용 저감 기술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다. 제품 분야에서는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목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강화되고 있는 탄소통상 기조와 경제 구조의 성숙화, 철강 소비의 장기 둔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철강의 그린화에 있음을 인식하고 철강 탄소중립 로드맵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그린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교역 환경 불확실성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경쟁국의 공격적인 지원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와 전 사회의 지원과 응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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