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7200조원 저축한 중국인에게 옐런이 한 조언은?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계절적 변동 영향이 크기 때문에 6월까지는 저축이 다시 늘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돈이 어디로 가고 있고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중국 저축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고위인사들과 과잉생산 문제를 토론했다. 이때 옐런 장관이 중국 저축률을 언급한 것은 중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먼저 중국 저축을 보고 옐런의 발언도 살펴보자.
중국 가계 저축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중국 가계 저축 규모는 2016년 59조7800억위안(약 1경1180조원)에서 2024년 3월말 145조5500억위안(약 2경7200조원)으로 불과 8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145조5500억위안을 14억 중국인구로 나누면 10만3964위안(약 1940만원)이다. 즉 중국인 1명이 우리 돈으로 평균 194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6년에만 해도 가계 저축 증가율이 9.5%, 이듬해에는 7.7%에 불과했는데, 2020년 이후 코로나19 발생과 부동산 침체로 증가율이 13.9%(2020년)에서 최대 17.4%(2022년)로 높아졌다.
대략적으로 보면 가계와 기업 저축이 각각 2조위안(약 374조원)가량 줄었는데,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6월까지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별 비중 변화도 시사점을 던져 준다. 2016년 중국 전체 위안화 저축에서 가계, (비금융)기업, 정부 비중은 각각 39.7%, 33.3% 및 18%를 기록했다.
그런데 가계 비중은 부쩍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기업과 정부 비중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올해 3월말 수치를 살펴보자. 지난 3월말 전체 위안화 저축 잔액 295조5000억위안(약 5경5260조원) 중 가계 비중은 49%로 2016년 대비 9.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정부 비중은 각각 27%, 14%로 2016년 대비 각각 6.3%포인트, 4%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4년 1분기 중국 통화정책 집행보고서'에서 위안화 대출은 대부분 기업으로 흘러갔고 이 돈이 다시 임금 등 각종 지출을 통해서 가계 저축으로 전환되는 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가계 소비 둔화로 인한 총소비 부진으로 저축이 가계 부문에 머물고 있으며 지출을 통해서 기업 저축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2017년 1분기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선명해진다. 7년 동안 '더 많은 저축'이 42.3%→61.8%로 19.5%포인트 증가했지만, '더 많은 투자'는 33.9%→14.9%로 19%포인트 감소했다. '더 많은 투자'가 줄어든 만큼 '더 많은 저축' 비중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충격과 연이은 부동산 침체로 예금보다 높은 6~10%의 수익을 제공하던 재테크 상품 '리차이(理財)'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조정장을 벗어나지 못하자, 중국 가계가 투자에서 저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향후 3개월 내 지출을 고려 중인 항목을 묻는 질문에는 교육(28.6%), 보건(26.3%), 여행(25.4%), 오락문화(20.5%), 내구소비재(17.7%), 주택매입(15%)순이었다. 중국인의 소비를 막고 있는 게 교육·보건(의료) 문제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옐런은 "높은 저축률의 반대 급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 지출이 같은 소득 수준의 외국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중국의 저축률이 높았지만 과거에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가 많은 저축을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옐런이 중국에게 던진 조언도 의미심장하다. 옐런은 "실행 가능한 대안은 가계 부문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도록 (소비) 수요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는 "소득을 늘리거나, 은퇴 후 소득 제고 및 자녀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노후 생활과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이 중국의 높은 저축률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즉 중국 가계 소비가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중국이 성장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과잉생산을 할 필요도 줄어들고 결국 글로벌 무역 분쟁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옐런의 분석이다.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고위 관료가 귀담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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