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車는 마동석, 내車는 김수현”…한국女 홀딱 반했다, ‘고자극’ 수입차 [세상만車]
남녀 ‘뇌구조·호르몬’ 차이 때문
여심폭격-벤츠·미니·볼보·렉서스
차량 뒤쪽 유리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던 스티커 내용입니다. 운전자는 십중팔구 초보 딱지를 떼기 위해 나온 30~40대 여성 운전자였습니다.
“여자가 집에서 밥하고 빨래나 하지, 어디 감히 운전을~”이라며 험악하게 대하는 일부 남성 운전자에게 재치 있게 한방 먹이는 내용이죠.
20~30대 젊은 여성 운전자들은 ‘첫 경험’, ‘오빠 살살~’ 등 성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김 여사가 감히 운전을~”이라고 말했다가는 세상물정 모르는 ‘간 큰 남자’가 됩니다. “네가 해라, 밥·빨래”라며 역공을 당할 수도 있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처럼 차를 팔아야 생존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들도 여성 운전자를 귀하게 모십니다.
국내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여성 운전자 증가를 ‘하늘의 뜻’으로 여기며 주목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가 1000만명 돌파한 게 계기가 됐죠.
경찰청이 집계한 성별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에 따르면 1985년에는 남성이 383만7129명, 여성이 25만1392명이었습니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여성의 비율은 6%에 불과했습니다.
2022년에는 남성이 1933만4997명, 여성이 1439만480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성 운전자 비율이 10명 중 4명을 넘어 5명으로 향했습니다.
여성 운전자 증가는 1가구 2차량 시대, 맞벌이 가구 증가, 솔로 이코노미(1인 가구 경제) 시대 진입과 관련있습니다.
차도 남성의 전유물에서 남녀 모두의 ‘공유물’로 전환됐습니다. 1인 여성 가구는 생활필수품이 된 자동차를 적극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부 간 자동차 구매 결정권도 남편에서 아내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차 한 대만 구입할 경우 아내의 ‘윤허’ 없이는 살 수도 없고 원하는 차종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과거처럼 남성 운전자에 초점을 맞춰 차를 개발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여성 맞춤 편의사양을 채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가수 이효리가 구입해 ‘효리차’ 신드롬을 처음 일으켰던 닛산 큐브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즐기는 여성들을 위해 운전석 스티어링휠 왼쪽에 컵홀더가 따로 배치됐습니다.
쌍용(현 KG모빌리티) 코란도C에는 쇼핑백 후크, 뉴체어맨W에는 뒷좌석 화장거울이 부착됐습니다.
쉐보레 스파크에도 쇼핑 훅, 코트 훅, 하이힐 보관용 시트 언더 트레이 등이 마련됐습니다. 르노삼성(르노코리아) QM3에도 화장품이나 작은 가방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매직 수납공간과 팝업트레이가 적용됐습니다.
오감을 자극해 여심을 유혹하기도 했습니다. 르노삼성은 차 내부에 향기를 은은하게 퍼지게 해주는 웰빙 옵션 사양인 퍼퓸 디퓨저를 SM5와 SM7에 장착했습니다.
시트로엥도 DS3에 향수 원액을 넣어 사용할 수 있는 퍼퓸 디퓨저를 채택했죠. 렉서스는 자외선에 민감한 여성을 위해 피부를 보호해주는 선셰이드 기능을 GS에 적용했습니다.
볼보는 XC60에 알레르기 유발·유해 물질 테스트 등을 거친 천연 쇠가죽을 사용했죠. 금속 제품들도 알레르기 테스트와 니켈 유출 검사를 거쳤습니다.
뒷좌석에 앉는 아이가 높이를 조절해 안전벨트를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게 해주는 어린이용 2단 부스터 쿠션도 갖췄죠.
레이는 유모차나 세발자전거를 그대로 실을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했습니다.
혼다 오딧세이는 아이들이 주로 타는 2·3열 탑승 공간의 영상을 디스플레이 오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캐빈와치(CabinWatch)를 적용했습니다.
항공기 기내방송처럼 1열에 탄 부모의 목소리를 2·3열에 앉은 아이들에게 스피커·헤드폰으로 들려주는 캐빈토크(CabinTalk)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지난주 ‘세상만車’에서 일부 말씀드렸듯이 지난해 한국 남성들은 BMW를 벤츠보다 좀 더 선호하고 포르쉐를 적극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성들은 BMW보다는 벤츠를 선호하고 미니(MINI)·렉서스·볼보를 좋아했죠. 또 남자가 탄 포르쉐 차량에 매력을 느끼지만 자신이 탈 차로는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올 들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성별 구매현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벤츠·볼보·아우디도 여성들이 사랑한 수입차 브랜드였습니다. 여성 구매자 비중이 높았습니다.
벤츠 차량 구매자 중 남성은 5462명, 여성은 424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볼보의 경우 남성은 2021명, 여성은 1337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우디의 경우 남성은 845명, 여성은 461명이었죠.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산 대표 차종은 벤츠 C300 4매틱으로 나왔습니다. 남성은 748명, 여성은 942명이었습니다.
벤츠 E300 4매틱의 경우 남성이 1178명, 여성이 90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벤츠 E클래스는 여성에서 사랑받는 차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했죠.
미니 해치백보다 좀 더 편안해진 미니 쿠퍼 5도어도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이상 많이 샀습니다. 각각 106명과 266명이었죠.
반면 벤츠 E클래스의 경쟁차종인 BMW 5시리즈와 ‘남자의 로망’이라 불리는 포르쉐 911은 여성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습니다.
BMW 520을 구매한 개인 중 남성은 2249명, 여성은 825명이었습니다. 포르쉐 911은 각각 115명과 32명으로 나왔습니다.
포르쉐 911의 경우 법인 구매대수는 208대였습니다. 개인 구매대수보다 많았죠. 법인 구매의 경우 남성 운전자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내구성이 뛰어난 일본 대표 세단 2종은 남녀 선호도에서 차이났습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HEV)는 남성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남성은 179명, 여성은 48명으로 나왔죠.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이 산 셈입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여성 구매자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남성은 341명, 여성은 197명으로 집계됐죠.
진화소비심리학에 따르면 개가 주인을 닮듯이 차량도 운전자와 닮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우연적인 수준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독일 심리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근육질 바디빌더는 포드 머스탱 같은 머슬카(muscle car), 젊은 여성은 섬세한 미니 쿠퍼나 폭스바겐 비틀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젊은 여성보다는 나이든 남성이 캐딜락 세단을 몰 가능성이 높게 나왔습니다.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리는 것처럼 호가호위(狐假虎威) 짝짓기 전략입니다.
경제학과 뇌 과학을 접목한 신경경제학에서는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호르몬에도 차이가 있어 선호하는 제품이 달라진다고 분석합니다.
남성은 아몬드 모양의 뇌 부위인 편도체,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중추와 공격중추가 여성보다 2배 정도 크다고 합니다.
반면 여성은 돌봄과 사교적인 태도를 주관하는 변연계 속 뇌 부위가 남성보다 2배 가까이 크다고 하죠.
여성의 뇌 구조와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책임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안전과 돌봄에 적합합니다. 아이 돌봄, 가정의 안전과 안정, 알뜰함은 선사시대 여성들의 주요 역할이었죠.
남녀의 뇌 구조·호르몬 차이는 차종을 선택할 때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죠. 남성은 자신의 성적 매력과 공격성을 보여줄 차종을 선택합니다. ‘강한 남자’로 만들어줄 큰 차, 센 차를 좋아합니다.
포드 머스탱, 포르쉐 911, BMW 5시리즈, 지프(Jeep) 랭글러 등이 가지고 있는 ‘짐승남’ 이미지는 강한 남자, 강해지고 싶은 남자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영화 ‘범죄도시’로 대박을 터트린 ‘마초’ 성향의 영화배우 마동석이 떠오르네요.
미니 차종은 해치백이든 5도어이든 SUV이든 귀엽고 예쁘지만 독기도 품은 팜 파탈(femme fatale) 매력을 지녔습니다.
벤츠 E클래스는 우아합니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 ES는 가정의 안정과 평화를 대변하는 것 같죠.
‘안전 대명사’ 볼보 차량도 자녀 걱정하는 ‘엄마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볼보 XC40은 안전성, 깔끔한 디자인, 아담함, 높은 가성비로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성 선호 차량은 대체로 우아하거나 예쁘거나 자상한 성향을 지녔습니다. ‘꽃남·훈남’ 이미지죠.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아내 김지원(홍해인 역)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은 남자 주인공 김수현(백현우 역)과 닮았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남녀의 구매심리가 왜 다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남녀 선호차종 분석을 마치면서 혹시 몰라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르다’는 차별을 일으키는 ‘틀리다’와 다릅니다. 남녀차별이 아니라 남녀차이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닭강정 6000마리’ 튀겨 달라고”…1.2만명 모인 인천항 맥강파티 화제 - 매일경제
- 이승기 법정에 직접 나와 충격 고백…“대표에 폭행 등 가스라이팅 당해” - 매일경제
- 강형욱 “아내는 통일교 2세…스무 살에 탈퇴했다” - 매일경제
-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지하철서 드러눕고 ‘쩍벌男’에 네티즌 공분 - 매일경제
- “생김새도 징그럽고 너무커 무서워”…캠핑장에 나타난 이 녀석들의 정체 - 매일경제
- “노래를 엄청”…‘구독자 40만 기념’ 조민 노래 들은 유명가수의 솔직평가 - 매일경제
- “전쟁 나면 싸워줄 사람인데”…中식당서 혼밥하는 군인 본 최동석이 한 일 - 매일경제
- 성전환 수술을 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 두목… 칸에 등판한 ‘미친’ 영화 [2024 칸영화제] - 매일
- “우크라에 서방무기로 러시아 본토 때리게 해주자”…나토총장 제안 - 매일경제
- PSG 이강인 상업성 인정…아시아 추가 영입 계획 [유럽축구]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