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 두목… 칸에 등판한 ‘미친’ 영화 [2024 칸영화제]
올해 칸영화제에 ‘미친 영화’가 한 편 등장했습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입니다.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면서도,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 두목의 성전환 수술.’ 칸영화제에서 공개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상영관 전석이 매진돼 가장 예매하기 어려웠던 이 영화는, 칸영화제 마지막 날인 25일(현지시각) 추가 상영이 결정돼 관객과 만났습니다.
역시 전석이 매진돼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던 이 영화를 팔레 드 페스티벌 드뷔시극장에서 방금 관람을 마쳤습니다. 이 영화를 소개합니다.
얼마 뒤 그녀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익명의 제안이었지요. 그런데 그 직후, 거리에서 리타는 검은 괴한들에게 납치됩니다. 두건으로 머리 전체를 가린 채 이동해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화물차의 뒷칸이었습니다.
부하들을 전부 내보낸 화물차 뒷칸에서, 한 남자가 말합니다. “리타,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두목은 델 몬테.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이었습니다. 온통 검은 치아에 긴 장발을 뒤로 넘겼고, 손가락에는 큰 반지가 가득입니다. 델 몬테는 리타에게 말합니다. 자신의 ‘사건’을 의뢰할 테니 비밀을 누출하지 말라고. 잔뜩 긴장한 리타가 어떤 일을 맡기려는 건지를 묻자 델 몬테는 말합니다.
“난 여자가 되고 싶다.”
델 몬테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지만, 델 몬테가 여자가 되려 한다는 사실을 가족도, 그의 부하도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됩니다.
리타는 ‘마약 두목의 성전환 수술’을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요.
쳐다만 봐도 총 맞을 거 같은 무시무시한 외모의 마약 두목이 젊은 변호사 앞에서 성전환 수술을 요청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그 부분입니다. 두목 델 몬테는 “내가 그 상상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그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햇다. 나는 내 그림자가 되고 싶다. 나는 나의 온전한 삶(my own life)을 위해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그의 내밀한 고백이고 동시에 가면 뒤의 얼굴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한 마디이기도 하지요. “나는 지금의 나보다는, 나의 그림자로 살고 싶다”는 델 몬테의 고백은 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가면 뒤에 숨어서 ‘가짜 자아’를 세상에 내보이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꿀 경우 그 사람은 이전의 자아와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델 몬테가 ‘육체적 여성’이 되더라도 마약 카르텔 두목이란 점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어둠의 마왕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변화욕이 불러일으킨 상황에 대해 두려워 합니다. 델 몬테가 눈물을 흘리면서 리타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겠지요.
델 몬테는 세상의 권력자이지만 그가 성정체성을 바꿀 경우 이 권력이 변화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오묘한 지점을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현재 스크린데일리 평점 2.5점을 받았습니다. 22편의 작품 가운데 3점대를 넘긴 작품이 현재(25일 오후 1시 기준, 현지시각)까지 3편이기 때문에 2.5점도 준수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평점을 떠나서 이 영화의 질문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아마 한국 관객 분들도 이 영화를 만나게 되시리라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는 25일(현지시각) 저녁에 발표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생김새도 징그럽고 너무커 무서워”…캠핑장에 나타난 이 녀석들의 정체 - 매일경제
- “전쟁 나면 싸워줄 사람인데”…中식당서 혼밥하는 군인 본 최동석이 한 일 - 매일경제
- “전국민 일상지원금 신청하세요”…솔깃해 눌렀다가는 큰일난다 - 매일경제
- “온몸 조각 낸 후 카레가루와 섞어 유기”…방글라데시 의원 인도서 ‘엽기 피살’ - 매일경제
- “1인당 25만원, 지원금 왜 주냐”…국민 과반, 민생지원금 반대 - 매일경제
- “‘벌레’ 폭언 생생한데 욕 안했다고?”…강형욱 해명에 반박한 전 직원 - 매일경제
- 보증금 떼일 걱정 뚝…‘나혼산’ 800만 시대, 이런 집 뜬다 - 매일경제
- 꼼수 부리다 유치장에 갇힌 김호중…팬덤 “정치권 희생양 아니길” - 매일경제
- “하루 빌리는데 ‘억소리’ 차라리 사버리자”...K조선 ‘수주 호황’ 길어지겠네 - 매일경제
- PSG 이강인 상업성 인정…아시아 추가 영입 계획 [유럽축구]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