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다니”...전쟁경험 전혀 없는 학자 발탁한 푸틴의 속내 [지식人 지식in]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초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국방장관을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일텐데 말이죠. 더구나 직전까지 국방부를 책임지던 인물은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인데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2012년부터 무려 12년째 국방장관을 하던 인사여서 더욱 장관 교체 배경이 궁금해졌습니다.
마침 새로 발탁된 국방장관은 안드레이 벨루소프라는 인물로 군 경험이 전혀 없는 경제학자 출신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벨루소프의 러시아 국방장관 발탁에 대해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래 러시아군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라고 대서특필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경제학자의 코스를 밟았지요. 연구실장으로 일하던 벨루소프는 2006년 경제개발 및 무역부 장관으로 발탁됩니다. 이 때부터 경제관료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경제개발 및 무역부 장관을 2년 역임한 후 2008년부터 4년간 총리실 재정 및 경제 부서장으로 일합니다. 그리고 2012년에 다시 경제개발부 장관, 2013년부터 7년간은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활동했습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러시아 정치학 교수인 샘 그린은 “벨루소프의 임명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이 경제에 얼마나 중심이 되었는지, 그리고 경제가 전쟁에 얼마나 중심이 되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벨루소프 국방장관 임명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1980년대 중반 소련과 같은 상황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벨루소프 국방장관 임명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소련의 상황은 군사 관련 정부 예산 집행이 전체 예산의 7.4%를 차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018년 벨루소프는 사업으로 수익을 많이 낸 기업가들은 국가를 위해서 추가적으로 자금을 헌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는 민간보다 정부의 필요성이 우선하며,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좋은 실적을 낸 14개 금속·화학·석유 기업의 초과수입 76억 달러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었지요. 당시 러시아 거부들의 반대로 푸틴 대통령이 벨루소프의 아이디어를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염두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인 콘스탄틴 소닌 시카고대 교수는 벨루소프 장관에 대해 “산업 정책, 국가 개입, 국가 주도의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벨루소프는 러시아 기업의 초과수익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동원해 러시아 군사-과학 복합체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방장관 교체 한 달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봅시다. 푸틴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측근인 티무르 이바노프 국방차관이 1100만 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고 기소됐습니다. 러시아는 공직사회 부패가 만연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1100만 달러 뇌물은 정치적 타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사실 러시아 군 고위층에서는 오랫동안 뇌물이 만연했었고, 푸틴 또한 이를 모르는 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뇌물 스캔들은 푸틴 대통령을 충분히 화나게 했을 법하지요. 더구나 무기, 탄약 등 전쟁 물자가 전쟁 최전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러시아제 무기 또한 불량이 많은 것이 드러나면서 푸틴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기존 국방부 관료들에 비해 벨루소프는 한번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없고, 평판 또한 매우 깨끗했습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이자 전 러시아 은행 고문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벨루소프는 유능한 경제학자일지는 모르지만 카리스마도, 정치적 추종자도 없는 인물”이라며 “푸틴이 고위직에 선호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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