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은 평소 어떤 와인을 즐길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 단독 인터뷰/"스파클링 와인 성장이 한국와인시장 상승 견인"/한식과 가장 즐겨 먹는 와인은 프랑스 보졸레 ‘10크뤼"/세계와인 트렌드는 ‘알코올 도수 낮은 가벼운 와인’
코로나19로 직장 회식이 줄고 ‘혼술’과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와인시장은 최근 3년새 볼륨이 두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 와인시장은 좀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에 전년대비 와인 수입액이 13% 정도 줄었습니다. 수입사들이 체감하는 침체는 관세청 통계 숫자 보다 더욱 큽니다. 수입사들은 시장이 확대되자 너도나도 와인 수입 물량을 늘렸고 창고는 물론 직원 채용도 확대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에 시장이 고점을 찍고 하강하자 재고는 쌓이고 와인은 팔리지 않으니 비용 대비 수익 감소는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한국 와인 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대폭 성장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전망할까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현장에서 그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요즘 핫한 제임스 서클링
미국의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와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와인을 잘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세계적인 와인평론가랍니다. 또 한 명. 요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는 와인 평론가는 미국의 제임스 서클링입니다. 1947년 생으로 올해 77세인 파커가 2019년 은퇴한 뒤 제임스 서클링은 미국을 대표하는 돋보적인 와인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가 매년 발표하는 톱 100 월드 와인(Top 100 World Wine)은 소비자에게 와인 선택의 기준이 되고 세계 와인 시장의 흐름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제임스 서클링은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했으며 1981년 당시 구독자 800명에 불과하던 지역 간행물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입사해 본격적으로 와인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게 됩니다. 1985년 설립된 와인 스펙테이터 유럽지사장을 맡아 파리에 거주하며 유럽 와인, 특히 프랑스 보르도, 이탈리아, 포르투갈 포트 와인 등을 평가하는 리뷰를 주로 다루며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됩니다. 2010년엔 독립해 제임스서클링닷컴(Jamessuckling.com)을 열어 세계적인 와인평론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급성장하는 한국 스파클링 와인 시장
관세청에 따르면 스파클링 와인을 제외한 전체 와인 수입규모는 2020년 3억3002만달러(5만4126.7t)에서 2021년 5억5981만달러(7만6575.2t)로 껑충 뛰었습니다 2022년 5억8128만달러(7만1020.1t)로 수입량은 다소 꺾였지만 수입액 기준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은 5억602만달러(5만6542t)로 수입액과 수입량 모두 동반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 시장은 예외입니다. 관세청은 스파클링 와인을 ‘발포주’ 항목으로 따로 집계하는데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은 2020년 4643만달러(수입량 5071.5t)에서 2021년 7782만달러(6961.9t)로 급증합니다. 이어 2022년 9845만달러(8452.7t)로 늘었고 2023년엔 1억515만달러(6796.1t)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로 돌파했습니다. 수입량은 줄었지만 수입액이 는 것은 그만큼 고가의 스파클링이 많이 팔렸다는 뜻으로 실제 국가별로 보면 샴페인 등 프랑스 스파클링이 80%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스파클링 와인 시장은 최근 3년새 두배 넘게 확대됐고 2014년(2477만달러·3410.9t)과 비교하면 10년새 금액기준 4배 넘게 시장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와인 수입액이 꺾였지만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한국 시장을 제임스 서클링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최근 샴페인 생산자들을 만났는데 확실히 한국에서 샴페인 시장이 좀 많이 커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이 때문에 다른 와인보다 스파클링 와인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전반적으로 와인 시장이 커지는 곳이나 소비자들이 더 와인을 즐겨 마시는 곳에서는 우선 스파클링 와인 시장부터 많이 커집니다. 따라서 한국 와인시장이 당분간 조금 주춤할 수는 있지만 스파클링 와인 시장이 커지는 걸 보면 앞으로도 한국 와인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파클링 와인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젊은층의 영향도 큽니다. 가격대가 높은 샴페인도 있지만, 프로세코, 까바 등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도 굉장히 많아서 젊은층이 접근하기 아주 좋답니다. 맥주를 주로 마시던 젊은층이 ‘와인 한번 마셔볼까’하면서 가장 먼저 선택하는 와인이 바로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보졸레 와인을 한식과 많이 페어링합니다. 조금 차갑게 해서 마실 수 있는 보졸레와 피노누아는 한식과 아주 잘 어울린 답니다. 보졸레에서도 물레아방, 모르공 10개의 빌라주급 와인인 텐크뤼(10Cru) 와인을 많이 마십니다. 또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네비올로 품종이나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 품종 등 이탈리아 와인도 평소 많이 즐기는 편이랍니다.”
“전반적으로 포도를 더 빨리 수확하면서 알코올이 낮은, 좀 더 가벼운 와인을 만드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지구 온난화 이슈 때문에 포도가 과숙해 라이트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생산자들은 산도가 좀 바삭하고 크리스피한 와인들을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아내 마리와 함께 거의 일년내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도 한국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이랍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Great Wines of the World·GWW) 2023을 지난해 4년만에 서울에서 열었습니다. 올해도 10월 2일 GWW 2024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 계획입니다. 또 11월에는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이탈리아(Great Wines of Italy) 2024 행사도 서울에서 열 계획입니다. 두 행사 모두 제임스 서클링 포인트 90점이상 받은 와인들을 선정하니 올해도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 와서 전세계의 맛있는 와인을 즐기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을 찾은 제임스 서클링은 5월 10일 제주 한라컨벤션센터에서 JS 포인트 90점이상 와인만 소개되는 와인페어를 마련해 60여종의 와인을 선보였습니다. 수입사는 아영에프비씨,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동원와인플러스, 씨에스알와인이 참여했습니다. 또 5월 18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에서 제임스 서클링이 직접 참여하는 와인디너를 마련했습니다. 서클링은 행사에 참석해 그가 고른 JS포인트 90점 이상 와인 6종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참가 셰프는 김승련(해비치 밀리우 헤드셰프), 알버트 룽(Albert Leung ·제임스서클링와인센트럴 홍콩 헤드셰프), 조희숙(한식공간·미슐랭 1스타), 타쿠로 오사와(Takuro Osawa·일본 도쿄 Pierre Herme 패스트리 셰프)입니다. 디너에 페어링된 와인들은 모두 씨에스알와인에서 수입합니다.
웰컴 드링크로 나온 샴페인 보몽 데 크라예레 그랑 리저브 브륏(Champagne Beaumont des Crayeres Grande Reserve Brut)은 피노 뮈니에 60%를 넣은 점이 독특합니다. 여기에 샤르도네 25%, 피노누아 15%를 섞으며 도사주는 8g, 최소 3년 병숙성합니다. 신선하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감귤, 자두, 복숭아, 배, 사과, 자몽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구수한 브리오슈향과 미네랄이 어우러집니다. 오크숙성에 얻은 미묘한 화이트 페퍼향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여러 와인 메이커들이 함께 1955년 설립된 보몽은 최고의 샴페인을 빚겠다는 일념의 왕관과 ‘꽃의 여왕’ 장미를 샴페인 하우스를 상징하는 로고로 만들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와인 살로몽 운트호프 리드 쾨글 리슬링 2022(Salomon Undhof Ried Kogl Riesling·93점)은 리슬링 품종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리슬링의 독특한 미네랄 노트인 페트롤향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며 레몬, 살구, 복숭아, 모과향으로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드라이하지만 온도가 좀 오르면 은은한 꿀향이 살짝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며 크고 하얀 꽃의 뉘앙스로 마무리됩니다. 볼륨감이 있으면서 산도가 잘 뒷받침됩니다. 살로몽이 소유한 싱글빈야드 쾨글의 포도로만 만들며 ‘Ried’는 싱글빈야드란 뜻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스위트와인 소떼른의 샤토 쉬드로 라이온즈 드 쉬드로 2016(Chateau Suduiraut Lions de Suduiraut)은 말이 필요 없는 스위트 와인의 대명사 소떼른 디저트와인입니다. 세미용 96%에 소비뇽블랑 4%를 더해 산도를 살렸고 16개월 오크숙성(새오크 10%)합니다. 리터당 잔당은 121g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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