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잘나가네" 불닭·신라면 새 역사 쓴다 [세계로 향하는 K푸드①]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K라면 대표 주자…해외서 더 인기
해외로 눈 돌리는 오뚜기, 올해 해외수출 1000억 목표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불닭볶음면'(삼양식품)·'신라면'(농심)을 필두로 'K라면'이 이 미국·중국 등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억 달러(약 1470억원)로 월간 기준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은 인기에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 라면 기업들도 올 1분기 해외 매출이 두자릿 수 성장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75% 가량을 해외에서 거뒀다.
한류 열풍을 타고 라면 뿐 아니라 김치도 'K푸드' 대표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해외에서 K식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전세계 100여개국 수출 농심 '신라면'…작년 1초에 53개 팔려
농심은 미국 내 'K라면' 인기에 힘입어 올 1분기 해외 매출(해외법인 매출액+국내 수출액)이 두자릿 수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액 8725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329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7%다.
이는 전년 동기(3249억원) 대비 1.32% 성장한 수치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 생산 법인을 두지 않고 있는 일본, 호주, 동남아 등에서 라면 수출이 큰 폭 늘어나 전체 해외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실제 농심의 올 1분기 해외 수출액은 8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04억)대비 36.1%(약 218억원)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올 1분기 9.4%로 전년 동기(7%) 보다 2.4%포인트 올랐다.
농심의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은 '신라면'이다.
1986년 신라면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외를 합한 신라면의 누적 매출액은 17조5100억원, 누적 판매량은 386억개에 달한다.
지난해 판매량은 16억600만개로 전세계에서 1초에 53개씩 판매됐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71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8.7%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액(5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국내에서 30년 넘게 1등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결과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 무대로 나섰다. 1971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농심은 1994년엔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을 설립했다. 현재 중국과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농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농심의 올 1분기 해외 매출 가운데 미국 법인 매출액 비중이 41.4%다.
농심은 올해도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신장에 힘쓸 계획이다.
우선, 수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부산 녹산, 평택 포승 중 수출 라면 전용 공장을 설립을 검토 중이다.
오는 6월부터 프랑스 대형유통업체 르끌레르·까르푸에 주요 라면 및 스낵 제품 공급 대폭 확대해 공식 입점할 예정이다.
까르푸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및 벨기에, 폴란드, 루마니아 시장 공략도 검토중이다.
2025년 초에는 유럽에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오는 10월에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도 증설할 예정이다.
미국 법인은 라틴 시장 공략에 나선다. 라틴 소비자 비중이 높은 텍사스, 캘리포니아 지역을 공략해 이를 토대로 인구 1억3000만의 멕시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K라면 대표주자…국내보단 해외서 더 인기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만해도 '너무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매운맛' K라면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판매량 57억개를 기록한 '불닭 시리즈'는 고전하던 삼양식품을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의 70.4%가 불닭 시리즈에서 나온다. 해외매출의 81%가 불닭 시리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연 매출은 2022년 90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엔 1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의 매출액 3857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액은 3857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해외 매출액(2455억원) 대비 57.1% 신장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4.3%에서 74.9%로 10.6%포인트 올랐다. 이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가장 많다.
불닭볶음면 등 불닭 브랜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불닭볶음면 성공 신화의 주역은 삼양식품가(家)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다.
2011년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소재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매운맛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더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제품 개발에만 1년이 소요됐다. 전국 유명 불닭, 불곱창 맛집들을 탐방하고 매운소스 2t과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수출액도 같이 늘었다. 2015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2020년 3703억원, 2021년 3885억원, 2022년 605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8093억원으로 뛰면서 현재 한국 라면 수출액의 약 60%를 삼양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불닭 시리즈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다. 삼양식품은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인 입맛을 공략했다.
불닭 수출 호조세로 매년 해외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해오고 있는 삼양식품은 현지 맞춤형 전략 강화와 수출품목 및 판매채널 확대를 통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삼양식품은 불닭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아시아 지역에선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태국 내 마라 인기를 반영해 ‘마라불닭볶음면’을 론칭하고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불닭소스를 활용해 현지 외식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는 만두 프랜차이즈기업 위안지윈오(袁記雲餃)와 함께 '불닭소스 완탕면' 메뉴를 다음달 초까지 판매한다.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주, 유럽, 중동 등의 시장에선 판매처 확대에 집중한다.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채널에 입점한 데 이어,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화제가 되고 품귀 현상 보도가 잇따르자 불닭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서부지역을 시작으로 동부로 확대중인 주류 마켓 입점에 더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해외로 눈 돌리는 오뚜기, 올해 해외수출 1000억 목표
국내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린 오뚜기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3325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의 해외매출은 2021년 2736억원으로 3000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2022년엔 3265억원으로 처음 3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 기준 오뚜기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로 해외 매출액은 848억원이다.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상승했다.
이 가운데 오뚜기 라면 수출 1위 국가는 중국으로 '진라면 순한맛'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이다.
올해 해외 매출 성장을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오뚜기는 글로벌 라면 수출 국가를 70개국으로 확대하고, 라면 수출액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는 K라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경쟁사 농심·삼양식품 등 경쟁사와 달리 국내 매출 비중이 90%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특히 세계 각국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신규 시장 개척,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뚜기는 지난해 하반기 해외사업팀을 글로벌 사업본부로 격상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B2B(기업간 거래) 전문가로 유럽 시장 전문가다. 이에 따라 B2B와 B2C(기업 소비자 거래)를 함께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함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와 사위 김재우씨는 미국 법인인 오뚜기 아메리카에 정식 입사하며 합류했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4곳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으며, 6개의 생산공장을 보유 중이다.
1988년 미주 지역에 라면, 카레 등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미주·아시아·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세계 65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1994년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중국 장쑤성에 부도옹식품유한공사를 설립했다. 1997년엔 오뚜기 뉴질랜드 공장을 준공해 청정지역의 원료를 확보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수출국을 현재 65개국에서 올해 안에 70개국으로 늘려 연간 라면 수출액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국내 조직 및 미국 법인에서의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 보충, 제조설비 구축 등을 통해 해외사업을 본격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브랜드 중 해외에서 가장 있기 있는 '진라면'과 '보들보들치즈라면'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개설 및 운영, 국가별 현지 식품 박람회 참가 등에 힘쓸 계획이다.
베트남 내수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오뚜기'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2015년부터 라면공장 설립을 준비한 오뚜기 베트남은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진라면과 열라면·북경짜장·라면사리 등 다양한 오뚜기 제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베트남 현지 라면 공장에서 할랄 인증 제품도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중 할랄 라면 제품을 개발하고 관련 제품을 연내 출시해 이슬람권 시장에 진입할 방침이다.
오뚜기의 수출 전용 제품인 '보들보들치즈 볶음면'은 지난 10년 여간 꾸준히 수출 국가와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스테디 셀러 제품이다.
한류 열풍에 '김치' 수출도 늘어…대상 '종가' 등 대표 브랜드로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인 2021년을 뛰어 넘은 것으로 역대 최대 수출량이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5561만 달러(약 2000억원)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김치 수출액의 약 53%는 대상의 '종가' 브랜드로 파악된다. 대상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 1억5600만 달러 중 종가 브랜드 수출액은 8300만 달러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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