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탄이 아니잖아!” 여학생은 절규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여학생의 절규에 미국이 울다
역사를 바꾼 학생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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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oting is not protesting. Looting is not protesting. Setting fires is not protesting. None of this is protesting.” (폭동은 시위가 아니다. 약탈은 시위가 아니다. 방화는 시위가 아니다. 이런 모든 것은 시위가 아니다) |
가장 흔히 쓰는 단어는 ‘protest’입니다. ‘시위’보다 ‘반대’ ‘저항’에 가깝습니다. ‘protest’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demonstration’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데모’라고 했던 단어입니다. 만약 시위 현장을 묘사하고 싶다면 ‘demonstration’을 쓰고, 학생 시위, 노동자 시위 등을 말하고 싶다면 ‘protest’를 씁니다. ‘demonstration’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rally’는 연사의 연설을 듣거나 콘서트 등의 형태입니다. ‘march’는 행진하는 형태입니다. ‘riot’은 시위가 목적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돌변했을 때, 폭동을 말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하는 폭동, 약탈, 방화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평화 시위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에 20대 시절을 보냈지만, 시위 참가 전력은 없습니다. “I’m not big on flak jackets and tie-dyed shirts. That’s not me.”(나는 방탄복과 염색 셔츠에 관심이 없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방탄복(flak jacket)과 염색 셔츠(tie-dyed shirt)는 반전 시위를 상징하는 패션입니다. 미국은 노동자 파업 시위는 별로 없는 반면 학생 시위는 활발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진로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학생 시위를 알아봤습니다.
Jim Crow rides the American eagle.” (짐 크로우가 미국 독수리에 올라타다) |
주문을 받지 않고 4시간 동안 버티던 주인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주문을 받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시위 방식을 장소 내부에 앉아 벌인다고 해서 싯인(sit-in) 시위라고 합니다. 정부 보조금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하워드대 측이 학생들에게 시위를 그만둘 것을 종용하면서 톰슨스는 다시 흑백 분리로 돌아갔지만, 흑인이 백인 음식점을 이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구호입니다. ‘crow rides eagle’은 유명한 속담입니다. ‘까마귀가 독수리 위에 탄다’라는 뜻입니다. 약자는 강자를 이용해 생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속담을 살짝 비틀어 ‘crow’ 앞에 ‘Jim’, ‘eagle’ 앞에 ‘American’을 붙였습니다. 짐 크로우는 19세기 연극에 등장하는 흑인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 흑인 차별 관습을 말합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미국, 즉 백인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이 시위가 모델이 돼서 1955년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1960년 그린즈버러 4인조 등 흑인 민권운동이 막이 올랐습니다.
They didn’t have blank!” (공포탄이 아니야) |
1970년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졌습니다. 베트남전 철수를 공약으로 당선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공약을 깨고 오히려 인접한 중립국 캄보디아를 공격한 것입니다. 확전의 의미였습니다.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하이오 켄트주립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켄트 시장은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습니다. 3000여 명의 시위대와 이틀 동안 대치하던 군대는 학생들이 돌을 던지며 대항하자 실탄을 발포했습니다. 학생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Kent State Massacre’(켄트주립대 학살), ‘May 8 Massacre’(5·8 학살) 등으로 불립니다.
29명의 군인이 가담한 13초간의 짧은 총격전에서 61∼67발의 총탄이 발사됐습니다.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발포를 유발한 상황이 어땠는지 등은 지금까지 논란거리입니다. 총격 발생 직후 현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정적을 뚫고 메리 앤 베키오라는 여학생이 시신 앞에서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학생 시위가 반전을 넘어 반정부, 반체제 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blank’(비어있는)는 공포탄을 말합니다. ‘fire blanks’ ‘shoot blanks’는 ‘공포탄을 발사한다’라는 뜻입니다. 이로부터 두 달 뒤 미국은 캄보디아에서 철수했습니다.
Boycott, Divestment, Sanctions.” (보이콧, 투자회수, 제재) |
학생들의 요구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운용되는 학교기금이 남아공에 투자하는 기업들로부터 손을 떼도록 요구한 것입니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가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흑인 목사 제시 잭슨 등이 학생 지지 의사를 밝히자 결정을 바꾸었습니다. 2년 안에 총 9억 달러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남아공 투자분 3900만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컬럼비아대는 남아공 투자를 회수한 첫 아이비리그 대학이 됐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는 30억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에 치중하는 남아공 시위 방식을 ‘BDS’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Boycott’(보이콧)은 해당국이 주최하는 문화, 스포츠, 학술 행사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Divestment’는 투자 회수입니다. ‘Sanction’은 남아공과 거래를 끊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 한편 유엔,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기구에 회원국 자격 박탈 청원을 넣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노동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anti-anti-war protests’(반반전 시위)로 불립니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전쟁의 실상도 모르면서 길거리로 나온 것을 배부른 투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슬로건입니다.
America, love it or leave it.” (미국을 사랑하던지 그냥 놔둬라) |
맞불 시위자는 대부분 힘든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쓰고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안전모를 ‘hard hat’(하드햇)이라고 합니다. ‘딱딱한 모자’라는 뜻입니다. 이 시위를 ‘hard hat riot’(안전모 폭동)이라고 합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노동자 시위대를 환영했습니다. 백악관에 초대했습니다. 시위대는 닉슨 대통령에게 안전모를 선물했습니다. 안전모는 지금도 닉슨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은 나중에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에까지 올랐습니다. 애국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노동자 지지층의 유래를 따져보면 안전모 시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실전 보케 360
‘폴 가이’의 흥행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주인공이 40대 중년이라 10대 블록버스터 관객들과 나이대가 맞지 않습니다. 영화 배경이 할리우드라는 점도 불리합니다. ‘폴 가이’는 ’fall guy,’ 즉 떨어지는 남자, 스턴트맨을 말합니다. 스턴트맨의 세계를 통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Fall Guy is about how the sausages are made.” (영화 ‘폴 가이’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1일 소개된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난입한 것은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미국에게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의회 관계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2021년 2월 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201/105206693/1
We need additional boots on the ground.” (우리는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 |
It was only by pure dumb luck more weren’t killed.” (더 많은 인명 손실이 없었던 것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
We need to get to the bottom of this.”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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