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들어맞았던 그 고집, 이번에도?”…내년은 가야 금리 내린다는데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금융시장에서 소수설을 얘기할 때는 언제나 부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따라가면 중간은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소수설을 제기하면 맞췄을 때는 주목을 받지만 틀렸을 때는 많은 욕을 먹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2023년부터 시장의 관심은 ‘미국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전망과 관련해서도 다수설과 소수설이 제기됐다. 2023년 초 다수설은 ‘2023년 상반기 인하’ 였다. 이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간이 흘러 2023년 5월을 전후해서는 ‘2023년 하반기 인하’가 다수설이었다. 역시 빗나갔다. 2023년 하반기 들어서는 ‘2023년 말 인하’, 2023년 연말에는 ‘2024년 상반기 인하’가 다수설이었다.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놓고 ‘금리인하’ 설은 계속 제기됐고 이 전망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2024년 5월 다수설은 ‘올해 하반기 인하’다. 2023년 이후 1년 반 동안 전망이 계속 빗나가면서도 ‘미국 금리인하설’은 여전히 시장의 다수설이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소수설이 있었다. 오석태 SG증권 본부장은 2023년 초부터 ‘미국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그의 전망은 들어맞았다. SG증권은 최근 ‘2024년 미국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또 내놨다. 지금도 다수설은 여전히 ‘2024년 하반기 금리인하론’이다. 1년 반 동안 소수설을 제기해 시장을 맞췄던 오 본부장이 또 다시 소수설을 내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의 전망을 들어봤다.
오 본부장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근거로 먼저 “인플레이션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꼽았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3.4%를 기록해 3월(3.5%)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전달 대비 상승률도 0.3%를 기록해 3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4월의 CPI상승률은 시장 기대치보다도 조금 낮았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자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미국의 ‘7월 금리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오 본부장의 시각은 다르다. 3%대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꼽았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가 되는 생산자물가(PPI)는 4월에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3%가 넘는 물가상승률로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4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각 시기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4번 중 3번 모두 물가상승률이 1~2%대였다. 2000년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를 웃돌았음에도 금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오 본부장은 “정상적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월간 비농업고용자수가 17만 명 늘어나는 것은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지표가 이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야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4월을 제외하면 비농업고용자수는 20만~30만 명 선을 계속 유지했다. 이를 감안하면 4월 한 달 17만명대를 기록했다고 해서 이를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실업률 3.9%도 완전고용 수준이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는 비농업고용자수가 15만 명 이하였고 실업률도 4~5%를 기록했었다.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금리 인하를 재촉하지 않는 요인이다. 오 본부장은 “고금리가 계속 유지되는 데도 성장률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뜨겁다”라며 “이런 현상 역시 금리 인하를 부추기지 않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16일 기준으로 미국의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갱신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 주식시장은 소비자물가 발표가 나온 후 ‘금리인하 기대감’ 때문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 같은 주식시장 상승세가 금리인하를 재촉하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금리와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각국의 환율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들어서는 브라질 등 신흥국을 비롯해 유럽 일부 국가가 금리를 내렸는데도 외환시장이 요동치지 않고 있다. 금리 정책의 차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고 시장이 맷집을 키웠다. 특히 일본의 경우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금리를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분위기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소수설’이 언제까지 들어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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