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김택연을 YK가 살렸다…선두 싸움 흔든 합계 통산 홈런 498개 베테랑 YK 투런 쌍포
두산 신인 김택연의 속구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19세 패기답게 거침없이 속구를 던진다. 올시즌 20이닝 이상 투구 투수 중 속구 구사율 76.5%로 키움 문성현(78.6%)에 이어 2위다.
그냥 무턱대고 속구만 던질 줄 아는 투수가 아니다. 속구가 제일 강한 투수다. 스탯티즈 속구 구종 가치 7.4는 리그 7위다. 문성현의 속구 구종 가치는 0.0이다.
김택연은 24일 광주 KIA전 3-0으로 앞선 8회 등판했다. 선발 곽빈이 7회까지 3안타 무실점 8K로 완벽한 투구를 한 뒤를 이어받았다. 경기 흐름은 두산이 압도적이었다. 승부가 끝난 듯 했고, 선두 KIA를 승차없이 따라붙는 듯 했다.
그런데, 그 김택연의 속구가 무너졌다. 김택연은 1사 뒤 박찬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김도영을 150km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 듯 했다. 나성범에게 볼넷,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우성을 상대하며 던진 149km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향했고,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이우성의 방망이에 걸렸다. 역전 스리런 홈런이 나왔고, 광주-KIA 챔피언스필드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뒤이어 올라온 최지강이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에게 커터를 던졌다가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씩씩했던 19세 신인 투수에게는 자칫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선두와 승차를 없앨 수 있던 중요한 승부였고, 거의 다 마무리된 듯한 경기 흐름이 적시타와 스리런 홈런으로 넘어갔다.
김택연의 상처를 달랜 건 두산 타선의 키, 두 명의 베테랑 타자였다. 둘의 합계 통산 홈런은 496개였다.
완전히 흐름이 넘어간 듯 했던 9회초 공격, 1사 1루에 양의지 타석이 돌아왔다. 양의지는 KIA 마무리 정해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앞에서 끊어 넘기듯 받아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8회말 대 역전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양의지는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때리고도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양석환의 좌중간 안타가 이어진 뒤 이번에는 김재환의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양석환 타석에서 바뀐 투수 장현식과 5구째 승부를 이어간 끝에 151km 짜리 바깥쪽 속구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걷어 올렸다. 바깥쪽 높은 강속구를 걷어 올려 밀어 넘기는 홈런은 김재환 타격 기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환은 맞자 마자 홈런을 직감한 듯 입매를 굳게 가져가며 확신의 표정을 지었다. 호쾌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김재환 답지 않은 ‘빠던’도 나왔다.
경기 뒤 김재환은 “재미있는 경기였다. 9회가 됐을 때 ‘나까지 오면 홈런’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있는 스윙을 하자고 생각했고 좋은 타구가 나왔다”며 “챔피언스필드에서는 비공식이지만 개장 1호 홈런(시범경기)도 때리고 차도 받았다. 운이 좀 좋다. (이 홈런으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고 구단을 통해 전했다.
양의지는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홈런 251개, 김재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홈런 244개였다. 김재환은 3회에도 홈런을 더해 이날만 홈런 2개를 때렸다. 9회를 앞두고 둘이 합해 통산 496홈런을 때린 베테랑 타자들은 극적인 투런 쌍포를 터뜨리며 19세 마무리 김택연에게 상처가 될 뻔 했던 홈런 2방의 아픔을 싹 지워버렸다. 이제 ‘YK포’의 통산 홈런 합계는 498개로 늘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KBO리그에서 때린 통산 홈런은 467개였다.
두산은 극적인 7-5 승리로 선두 KIA와의 승차를 지웠다. 2024 KBO리그의 선두 싸움이 이제 알 수 없는 흐름에 접어들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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