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이런 짜증은 처음"…집값·연봉 뚝뚝, 수십년 후퇴한 중국
# 중국의 한 국영 뮤추얼펀드 리서치 분석가인 첸씨(37)는 지난해 연봉이 40% 깎였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갔고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기념일엔 명품백 선물도 가능했다. 첸씨는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상황이 나빠져 지금은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기적이 끝나가고 있으며 중산층의 좌절감이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하는 동안 경제는 망가지고 자유가 억압되는 등 시장 개방 이전 상태로 회귀했다는 진단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개혁 개방이 시작된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부터 시진핑 현 국가주석에 이르기까지 약 45년간 (1978~2023년)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율과 자유 억압도 등을 비교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로 시 주석 집권 1기(2013~2018년) 7% 수준이던 중국의 1인당 실질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집권 2기(2018~2023년) 5%대로 낮아졌다. 이는 덩샤오핑(1978~1992년), 장쩌민(1993~2002년), 후진타오(2003~2012년) 등 역대 주석 시절 평균치를 훨씬 밑돈다. 특히 시 주석 집권 직전인 후진타오 시절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율이 평균 10%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정부의 과잉 규제로 빅테크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중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감원·감봉 등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현재 중국 대부분 기업이 채용보다 정리해고에 골몰해 있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채용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직장인 3명 중 1명은 급여가 줄었다. 자신의 수입 증감을 공개한 사무직 종사자들 가운데 "전년보다 급여가 줄었다"는 비율은 2018년 10% 수준에서 2023년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전년보다 급여가 늘었다"는 직장인 비율은 2018년 80% 이상에서 지난해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뿐 아니다. 가계 자산의 80~90%가 집중돼 있는 부동산의 가치는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규제를 시작한 뒤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선 억압과 감시가 대폭 강화됐다. 특히 '공동부유'를 정책 목표로 내건 2020년 이후엔 공산당에 쓴소리를 하는 기업인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엔 공산당원들이 주요 기업의 요직을 겸하며 경영 상황을 일일이 감시하고 당국에 보고한다.
중국의 정치 지형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호황이 있는데, 최근 불황으로 대중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정치 구도가 무너질 위기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전문가인 앤서니 사이치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좌절감과 짜증이 표출된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의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도 "성공한 기업가들이 최근 몇 년간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겨 상담을 받는 기업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경제 저성장, 자유 억압 등 현재 중국의 모습은 개혁 개방 이전인 1970년대 마오쩌둥 전 주석 집권 시절과 비슷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시 주석이 시장 개방 이후 역대 집권자들은 한 번도 직면하지 않았던 만성적인 불황 국면을 타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도 했다.
존스홉킨스대 위엔위엔앙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부동산 거품, 산업 과잉, 높은 부채, 낮은 출산율 등 역대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불균형과 마주하고 있다"며 "시 주석 역시 자신이 물려받은 상황 때문에 정책 운용 측면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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