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엔비디아, 폭발적 성장은 멈추겠지만 최소 2년은 독주체제 유지”
"말하자면 이미 전교 1등인 학생한테 '올백'을 맞아 오라고 한 건데, 이 학생이 올백까진 못하고 경시대회 상 같은 걸 추가로 받아오면서 실력을 입증한 것이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5월 23일 엔비디아 1분기 실적을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새벽 발표된 엔비디아 1분기 실적은 매출 260억4400달러(약 35조5000억 원), 주당순이익(EPS) 6.12달러였다. 시장 전망치(매출 247억 달러·약 33조7500억 원, EPS 5.65달러)를 각각 5.4%, 8.3% 웃도는 수치지만 이전과 같은 두 자릿수 상회율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장외)가 1000달러를 돌파한 건 80%에 육박하는 마진율과 호재로 해석되는 주식 액면분할(1대 10 비율) 결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 부사장은 5월 22, 23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드는 기업"이라며 "앞으론 빠르고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엔비디아, 시장 눈높이가 숙제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미국 기업들 실적이 아주 좋았다. 이익성장률이 5.7%, 마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인 12.7%를 기록했다.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호실적을 썼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메타플랫폼스(메타), 넷플릭스, 월마트, 골드만삭스 등 이른바 큰형님 같은 기업들이다. 비만치료제(일라이릴리) 열풍도 아직 꺼지지 않았고 보험주(프로그레시브)의 매력도 올라갔다. 최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비밀 매수한 종목도 보험주인 처브로 밝혀졌다."
5월 23일 새벽 발표된 엔비디아 1분기 실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예상대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다만 엔비디아는 줄곧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해왔기 때문에 이제 비트(beat)하는 건 당연하고, 얼마나 큰 폭으로 웃도는지가 관건이 됐다. 지난해에 전망치 대비 20~30% 높은 실적을 기록한 이력이 있어 이번에도 시장 눈높이는 10% 이상을 바라봤다. 1분기 실적은 그 수준에 미치진 못하는데, 어쩌면 그게 또 당연하다."
그럼에도 주가는 1000달러 고지를 점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일단 마진율이 제조업 기업에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비스 기업도 아니고 실체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데, 1000원짜리를 팔면 800원이 남는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또 자금 유입을 키우는 액면분할 카드를 들고 나온 게 신의 한 수다. 엔비디아의 직전 액면분할은 2021년이다. 이후 주가는 원 주가(분할 전) 대비 60% 올랐다. 또 하나 눈여겨볼 건 1 대 10이라는 분할 비율이다. 액면분할을 할 때 분할된 주가는 원 주가를 1차 목표가로 삼는다. 이전처럼 1 대 4도 아니고 10으로 나눈다는 건 그렇게 해도 원 주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하반기 아닌 내년, 내후년 봐야"
2~4분기엔 블랙웰 출시에 힘입어 실적이 더 좋아질까."그럴 거라고 본다. 지금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인 H100·H200과 신제품 블랙웰 사이 과도기다. 대다수 고객사는 좀 더 기다렸다가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제품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또 이미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구입 예정이라고 밝힌 GPU 규모만 2000억 달러(약 272조7000억 원)고, 그중 엔비디아의 비중이 90%다. 테슬라도 얼마 전 엔비디아 GPU 구매를 연말까지 2배 이상 늘릴 거라고 했다.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개선된 실적이 그때 가서 시장 눈에 찰지는 별개 문제다."
하반기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면 되나.
"올해 전체 EPS 전망치가 25달러다. 여기에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40을 곱하면 적정 주가 수준이 나오는데, 계산하면 1000달러다. 이제부터는 오르더라도 지금까지와 같은 2~3배 상승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이유는 내후년까지 봤을 때 1600달러(약 218만 원)까지 상승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엔비디아 EPS 전망치는 31달러, 내후년은 40달러다. 따라서 당장 하반기에 대해서만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GPU 시장 내 엔비디아 독주체제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근 AMD의 위협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그럼 이렇게 반문한다. 엔비디아가 1년에 1000억 달러(약 136조3500억 원) 매출을 올릴 때 AMD는 어느 정도일 거 같으냐고(웃음). AMD의 1년 매출이 40억 달러(약 5조4560억 원)다. 경쟁사라면 경쟁사인데, 저 멀리 끝단에 있는 경쟁사다. 그래서 앞으로 최소 2년은 독주가 계속되리라고 본다. 또 엔비디아 독주체제가 깨질 게 걱정됐다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블랙웰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았을 것이다."
엔비디아 투자자들에게 향후 투자 시나리오를 써준다면.
"사실 주요 IB(투자은행)의 의견만 잘 따라가도 무방하다. 그래도 계속 불안하다면 엔비디아에 인생을 걸다시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엔비디아 비중이 높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결론은 2년 뒤 1600달러까지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자는 것이다."
엔비디아 실적이 잘 나오면 뉴욕 증시도 상승 가도를 달릴 것 같다. 이때 주목해야 할 섹터가 있다면.
"에너지주다. 최근 AI 전력 수요 증가로 에너지 기업들 주가가 많이 올랐다. 차트를 보면 아마 사기 무서울 텐데, 미국 주식투자에선 상승세인 종목에 올라타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전력이 부족한 게 오늘내일 일도 아니고, 향후 몇 년간 지속될 현상이지 않나. 주가가 크게 올랐어도 이게 초입일 수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비스트라 에너지, GE 버노바 같은 기업이 있고, ETF는 유틸리티 셀렉트 섹터(Utilities Select Sector) SPDR(XLU) 등을 보면 된다."
"올해 금리인하, 11월 1번뿐"
증시의 또 다른 변수는 금리다. 첫 금리인하 시점은 언제일까."시장에선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2번으로 예상하는데, 개인적으론 1번에 그칠 것 같다. 소비자물가지수(CPI) 3.5%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치(2%)와 1.5%p나 차이가 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크지 않기도 해서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1번 내리는 걸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7번 금리인하 전망이 나온 걸 고려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이제야말로 채권을 담을 타이밍인가.
"아니다. 이것도 전망일 뿐이다. CPI가 다시 들썩이면 올해 금리인하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 사실 채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만장일치로 내린다고 하면 그때 매수해도 늦지 않다. 금리는 한 번만 인하하는 게 아니라 몇 차례 계속 내리기 때문에 굳이 빨리 사놓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채권은 애초에 2배, 3배씩 수익이 나는 투자처가 아니다. 그러니 목숨 걸고 사들일 이유가 없다. 지난해 금리인하 7번에 베팅한 사람들이 지금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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