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 EPL 4연속 우승 신기록 달성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2024. 5.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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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해축] 과르디올라 감독 유연한 팀 운영… ‘멀티골’ 포든, ‘원톱 미드필더’ 로드리 활약

맨체스터 시티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4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1992년 잉글랜드 1부 리그 시스템이 '프리미어리그'로 새 출발한 이후 사상 첫 기록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3년 연속 우승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맨체스터 시티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을 확정 짓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리그 선두권 경쟁 팀들을 상대로 1승도 따내지 못하면서 아스날, 리버풀과 순위 대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그 최종전(38라운드)까지 이어진 아스날과 순위 경쟁 끝에 맨체스터 시티는 승점 2점차로 우승을 확정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경쟁 팀의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금 EPL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우승으로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 한 번 특유의 후반기 저력과 리그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2008년 스페인 라리가 FC 바르셀로나에서 1군 팀 감독으로 데뷔한 과르디올라는 지금까지 감독으로 치른 15시즌 중 12시즌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1번, 맨체스터 시티에서 2번 놓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 시즌에 만든 3-2-4-1 공격 전형의 틀에서 그때그때 선수들 동선과 조합을 3-3-3-1 혹은 3-1-4-2 등으로 유연하게 운영했다. 그와 동시에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도모해 승리 흐름을 이어간 게 우승 원동력이 됐다.

5월 19일(현지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3-1로 꺾고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확정 지은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과르디올라 특유의 '후반기 저력' 재확인

맨체스터 시티는 올해도 후반기에 유난히 강력한 저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까지 9연승을 질주하며 리그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초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패배한 후 리그 23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경쟁 팀 아스날도 올해 리그 18경기 16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이를 압도하는 성적으로 선두 자리를 굳혔다.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예전보다 떨어진 측면 공격력으로 우려를 샀다. 전반기 일부 경기에서 승점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변형 백3 기준 왼쪽 센터백인 네이선 아케와 오른쪽 센터백 카일 워커의 공격력이 좋지 못했다. 좌우 윙에 있는 잭 그릴리시, 제레미 도쿠의 폼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상대 팀 밀집 수비를 뚫는 데 애를 먹었고, 설상가상 엘링 홀란의 골 결정력 저하까지 겹치며 리그 흐름에 기복을 보였다.

하지만 적응을 마친 센터백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왼쪽 센터백이자 전진하는 풀백 역할을 온전히 소화해내면서 후반기 맨체스터 시티의 측면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했다. 2002년생인 그바르디올은 본래 센터백 유망주였다. 한때 과르디올라가 주문한 변형 백3의 측면 센터백 겸 풀백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갈수록 전진에 능한 모습을 보이며 새 포지션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후반기 리그 경기에서 맹활약한 그바르디올은 풀럼 원정에서는 멀티골을 넣는 활약을 펼쳤다.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필 포든도 주목할 만하다. 올 시즌 일카이 귄도안이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맨체스터 시티는 미드필더의 박스 타격 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케빈 더브라위너마저 부상으로 전반기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자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공격력을 보일 선수가 더 절실했다. 다행히 포든이 시즌 내내 좋은 폼을 유지하면서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리그 35경기 19골 8도움을 기록하며 박스 타격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간 아쉬웠던 도쿠의 폼도 서서히 올라와 맨체스터 시티는 전력 누수를 확실히 메울 수 있었다.

이번 우승에 로드리 에르난데스의 기여가 컸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로드리는 현존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 EPL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원톱으로 평가받는다. 로드리가 퇴장 징계로 빠진 전반기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카라바오컵), 울버햄튼 원더러스전, 아스날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연패했다. 평소 로드리가 공수 모두에 크게 기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그 후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로드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번 시즌 후반기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골키퍼 에데르송 모라이스는 부상으로 자주 결장했다. 그때마다 후보 골키퍼 슈테판 오르테가가 어지간한 주전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며 골문을 지켰다. 특히 후반 중반에 교체 출전한 토트넘 홋스퍼 원정 경기에서 오르테가는 수차례 선방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36골을 기록한 홀란의 득점력이 올 시즌에는 주춤하는 듯 보였다. 홀란은 전반기에 유력한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며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날전, 리버풀전 등 중요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때마다 홀란의 골 결정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하지만 홀란은 기어코 한 골 한 골 추가하더니 리그 27골로 올 시즌을 마쳤다. 특급 도우미 더브라위너의 도움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홀란이 이 정도 활약을 펼친 것은 놀랄 만하다. 더브라위너는 전반기에는 부상, 후반기에는 이전 시즌보다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홀란은 득점 페이스를 되찾으며 리그 득점 1위다운 굵직한 활약을 보였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시달릴 때 홀란의 경기 내용과 결정력이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EPL에 홀란 같은 공격수가 또 없음이 입증된 시즌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뉴시스]

아스날·리버풀 도전에도 맨시티 위상 탄탄

과르디올라는 다음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팀에 남을 것이 유력하기에 다음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부족한 포지션 보강은 풀어야 할 과제다. 필자가 보기에 맨체스터 시티는 △로드리가 빠졌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 후보의 부재 △한 시즌 동안 왼쪽 윙(그릴리시, 도쿠) 폼이 온전하지 못한 점 △더브라위너의 경기력 기복 △워커의 폼이 떨어진 가운데 전문 풀백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번 시즌 과르디올라와 맨체스터 시티는 다시 한 번 EPL에서 위대한 성과를 달성했다. 4년 연속 우승을 통해 "어차피 우승은 맨시티"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점점 강해지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날, 새로 출범한 아르네 슬롯호(號) 리버풀 등 만만찮은 경쟁 팀의 도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EPL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위상은 여전히 탄탄해 보인다.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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