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또 오르나? ‘빚 200조’ 하루 120억씩 이자 내는 한전
김동철 한전 사장 “전기요금 정상화 반드시 필요”
안덕근 산업부 장관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 반드시”
정부가 고공행진 중인 물가 등 서민경제를 우려해 보류했던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워낙 커 공공요금 현실화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5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1분기 각각 흑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영업이익 1조2993억 원을 거두며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스공사 역시 1분기 영업이익 9215억7700만 원을 거둬 흑자를 기록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일제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에너지 원재료 가격 상승과 요금 인상 시기 지연 등으로 악화된 재무 여건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전의 경우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 적자만 40조 원대에 달하는데, 이로 인해 한전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02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자 비용만 4조4517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매일 120억 원을 이자로 내는 셈이다. 한전 영업이익 규모도 줄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의 ‘약발’이 다한 모양이다.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4분기 1조8843억 원, 지난 1분기 1조2993억 원으로 점차 감소했다.
가스공사 역시 흑자에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 1분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1997억 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산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을 향후 가스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하는데, 실질적 적자로 볼 수 있다.
가스공사 원가보상률은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보다 싸게 국내에 공급 중이라는 뜻이다.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가스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와 공급비를 모두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전이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에 이어 가스요금까지 동결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미뤄왔던 요금인상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호소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노력 만으로 대규모 누적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미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등 자구노력으로 7조9000억 원 정도 성과를 냈고, 임금반납·희망퇴직 등을 시행 중이지만 요금인상 없는 자구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는) 한전과 전력산업을 지탱하는 협력업체와 에너지혁신기업 생태계의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며 “이는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역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국내 천연가스 수급과 가격 안정에 초점을 두고 체질 개선에 주력했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숙제는 미수금 해소”라며 요금 인상을 호소했다.
지난해 자산매각과 투자사업 조정, 운영비 절감 등을 통해 6조8000억 원 재정 절감을 이뤘으나 이러한 자구노력으로는 미수금 해소가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최 사장은 “우리 공사는 다른 미수금을 갚는 비즈니스 모델도 전혀 없다 보니 요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요금 인상과 동시에 서민경제 등의 상황을 전방위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지원책을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지난 2021년 1월 킬로와트시(㎾h)당 88.3원에서 올해 4월 ㎾h당 120원으로 약 50% 인상했다. 가스공사 역시 주택용 가스요금을 지난 2021년 1월 메가줄(MJ)당 12.9284원에서 이번달 MJ당 19.4395원으로 50% 가까이 인상했다.
정부도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가 큰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면서도 “소비자 민생 직격타일 뿐 아니라 산업에서 우려하고 있고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요금 인상 여부는 유가와 물가 등 대내외적 변수를 고려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해지는 만큼, 물가 안정과 공공요금 현실화 사이에서 기재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지난달 2.9%로 소폭 떨어진 바 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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